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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검 수사결과, 증거보다 주장에 치우치지 않았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인 ‘대국민보고’를 통해서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되도록 지시하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에 나섰고 삼성그룹은 그 대가로 최씨 일가와 미르·K 스포츠재단·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430억원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날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도 발표했지만 핵심은 삼성과 관련된 박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다. 문제는 특검의 주장과 달리 박 대통령 측의 뇌물수수 관련 부분에서 정황만 무성했지 결정적인 증거나 증언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이 이날 “최순실 모녀에 대한 지원은 강요·공갈에 의한 것이며 재단 출연은 정부 사업 협조 차원에서 전경련 관행대로 돈을 낸 것”이라고 반발한 데 대해 반박할 마땅한 근거도 보이지 않았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 차례의 독대 과정에서 ‘뇌물 합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선후관계가 맞지 않은 데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특검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2014년 6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후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경영권 승계 문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한 것을 두고 ‘사전인식’이라고 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이 부분은 앞으로 특검과 삼성 간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 특검은 이날 “남은 국민적 소망을 검찰로 되돌리겠다”며 특검 수사의 한계를 토로했다. ‘최순실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기대했던 국민의 여망을 총족시키지 못한 데 대한 사과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증거보다 주장에 의존하는 보고서 자체가 특검 90일을 더 대변하는 듯하다. 증거가 아니라 여론을 뒤따라가는 수사가 지닌 내재적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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