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동을 끝으로 4박5일간의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미중 간 복잡한 현안이 뒤얽힌 상황에서 중국을 찾은 틸러슨 장관은 다음달 열릴 예정인 양국 정상회담을 의식,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개적 언급은 피한 채 방중 일정을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틸러슨 장관의 이번 순방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아태 안보전략과 미중 간 무역통상 정책의 틀을 짜나갈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중국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언급하며 “중미 협력은 양국이 바라는 방향이며 우리는 모두 건설적인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자리에서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를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정상 간 이전에 있었던 소통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것을 지목함으로써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음달로 예정된 시 주석의 방미와는 별도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중국에 전달했다고 중국중앙(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이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의 회동에서도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전날 왕 부장 등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뿐 아니라 양국 경제 현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동중국해 센카쿠 갈등·대만 이슈, 무역 불균형·환율 문제 등 여러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환율조작국 지정과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한 미국 설득에도 나서고 있지만 무역 불균형 등 여러 현안에서 미국 측 눈높이가 높다는 점이 중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트럼프 행정부 내내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양국이 이번 틸러슨 방중 기간 여러 현안 해법을 위한 최소한의 ‘밑그림’은 그렸을 것으로 외교가는 관측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아예 언급을 기피한 것도 정상회담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사드 문제가 공개석상에서 거론되면 서로 좋은 말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 측에 양해를 구했을 것”이라며 “중요한 현안인 만큼 왕 부장과의 외교장관 회동에서는 사드 해법 문제가 깊게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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