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1등 공신에서 최대 정적으로’
미국 대선의 사실상 최대 공신으로 평가돼 온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미 국장은 지난해 미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의 재수사를 선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대선판을 뒤바꾼 인물이다. 그러나 코미 국장은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계기로 신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흔드는 최대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규명 청문회’에 출석한 코미 국장은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먼저 그는 러시아가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내통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FBI가 러시아 커넥션 의혹 수사 사실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미 대선개입을 시도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으며 그 의도는 러시아에 적대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낙마시키고 경쟁자인 트럼프를 당선시키는 데 있었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을 너무 증오한 나머지 자신이 너무 증오한 사람에 맞서서 출마한 사람에 대한 분명한 선호를 가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러시아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해치고 그녀(클린턴)를 해치며 그(트럼프 대통령)를 돕기를 원했다”고 발언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이 확인될 경우 트럼프 정권의 ‘정통성’이 흔들릴 수 있는 발언이라는 평가다.
이어 코미 국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직전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도청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하원 정보위는 코미 국장의 보고를 인용해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이 없었다고 최종 결론을 냈다.
CNN은 코미 국장이 뉴스메이커로 재부상하며 다시 한 번 ‘정치적 폭풍’의 진앙에 섰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코미 국장이 도청 시도 등을 앞세워 ‘러시아 내통’ 의혹을 물타기 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고 풀이했다. 근거 없는 ‘도청’ 주장으로 수사·정보기관의 신뢰를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깐깐한 성격의 코미 국장이 반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면서 임기를 6년 반 남게 둔 코미 국장이 순항할 수 있을 지 아니면 트럼프의 종용으로 물러나게 될 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코미 국장은 최근 미국 내 한 정보 컨퍼런스에 참석해 “6년 반 더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당시 “미국인들의 사생활이 (도청 등으로 인해) 안전하지 않다”고도 폭로해 발언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일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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