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의 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 대선과 달리 규제 개선이나 신성장 산업 육성 등 애로사항을 담은 건의문이 아니라 경제 밑그림을 모색하자고 호소한 점이다. 마치 유력 대선주자의 싱크탱크에서 미래 국가 운영 어젠다를 제시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상의는 “특정 이슈에 대해 찬반을 얘기하거나 떼쓰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이런 변화는 최근 반기업 정서가 판치는 대선판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마다 기업을 때려잡겠다며 나서는 판국에 시시콜콜한 친기업 정책을 공약으로 담아달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호소력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 상법 개정이나 노동법 같은 민감한 사안은 빠진 채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고 복지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담은 고상한 제목의 건의문에 대해 정치권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반면 노동계는 선거국면을 틈타 한몫 챙기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무원 노조들은 성과연봉제 폐지나 연금지급 60세 환원, 학교 행정실 법제화 같은 염치없는 요구마저 수용하라며 윽박지르고 있다. 한심한 것은 대선주자마다 노동계 집회에 총출동해 백지수표 끊어주듯 도와주겠다고 맹세한다는 사실이다. 기업인이라면 악수하는 것도 꺼리는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노동단체를 방문해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장면마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재계와 노동계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두 바퀴다. 어느 한 바퀴만 앞서 간다면 한국 경제는 벼랑 끝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진정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노동계의 환심을 사는 데 골몰하지 말고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경제계의 절박한 목소리까지 고루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