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여성 중에는 골밀도가 나쁘지 않은데도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더 많아 골밀도 측정만으로는 뼈 건강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골밀도가 양호해도 골질이 나빠져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뼈가 1.7배가량 잘 부러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의 문재훈·김경민·장학철 교수팀이 갑상선암 수술 후 호르몬제를 복용한 폐경 여성 273명의 검사결과를 분석해보니 5년 이상 복용자는 뼈 안쪽 다공성 해면뼈의 미세구조점수(TBS·Trabecular Bone Score)가 확연하게 떨어졌다.
반면 3년 미만 복용한 여성은 TBS가 정상에 가까웠다. TBS는 골밀도 검사 이미지를 별도의 소프트웨어로 가공 처리해 측정한다.
문 교수팀에 따르면 해면뼈의 미세구조, 즉 골질을 포함한 골 강도는 갑상선 호르몬 요법을 시행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빠졌다. 나이·체질량지수·골밀도와는 무관했다. 호르몬 요법의 강도를 나타내는 혈중 갑상선자극호르몬 또는 갑상선호르몬의 농도도 골밀도나 해면뼈의 미세구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환자들 간에 억제요법의 강도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골다공증 검사’로 알려진 골밀도 검사에서는 골질 변화가 판별되지 않았다. 골밀도 검사는 뼈의 강도를 측정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쓰이는데 뼈의 치밀도를 이중 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으로 평가한다.
문 교수는 “기존의 골밀도 검사로는 갑상선 수술 후 장기간 호르몬제를 투여하는 환자의 골질 변화를 판별할 수 없으므로 해면뼈 미세구조 분석법 같은 골강도 측정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골밀도에 이상이 없으면 뼈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신경을 안 쓰는 의사·환자가 적지 않다”며 “골밀도가 떨어지기 전에 골질부터 나빠진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골질·골밀도 등 뼈 건강에 좋은 비타민D·칼슘 섭취, 햇빛 노출을 통한 피부의 비타민D 합성·저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50세 이상의 폐경 여성만 대상으로 한 연구여서 모든 갑상선암 수술 환자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며 “호르몬 요법이 장기간 필요한 환자도 있으므로 갑상선암 재발 위험도 및 기저 질환에 따라 기간·강도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내분비대사학 저널(JCEM·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Metabolism)’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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