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역할을 하면서도 비영리로 운영되는 전시기관인 ‘대안공간(Alternative Space)’ 중 하나인 A전시관은 매년 꼬박꼬박 지원받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의 문예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을 올해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전시장을 임대해 주는 ‘대관 전시’ 등 기관 운영의 본질과 어긋난 행태가 문예위 실사에서 지적됐기 때문이다. 또다른 대안공간인 B전시관은 올해 지원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B기관 측은 “관련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이 기관과 관계된 예술가 중 일부가 이른바 지원배제 명부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었고 공교롭게도 최근 2년간 문예기금이 현격하게 쪼그라들었던 터다.
문화예술가와 예술단체에 지원되는 문예기금이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문화체육관광부가 혁신하고 있다. 당장 올해 들어 문화예술가 및 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국가 보조금에 대한 사후 평가를 강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우고 실행에 돌입했다.
그 첫 조치로 지난 2월 문화예술가 및 단체에 대한 예술창작 지원금 선발 과정에서 무작위 심의위원 추첨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문예기금 집행 기관인 문예위는 올해부터 지원 대상을 정하기 위한 분야별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1,000여명의 후보군 풀(pool)에서 무작위 추첨을 거쳐 심의위원을 선발한다. 동시에 문체부는 ‘지원심의 옴부즈맨’제도를 새로 도입해 심사 결과에 불복할 경우 정식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모든 조치가 문예기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고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특히 무작위 추첨제도는 지원금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높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문체부는 앞으로 국가 보조금을 받은 문화 예술인과 예술 단체가 보조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촘촘히 확인하는 등 보조금에 대한 사후 평가가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에는 검찰 고발 조치와 함께 보조금에 대한 몰수 조치가 이뤄진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김충현 전 한국장애인미술협회장의 경우 회장 재직 당시 보조금을 횡령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실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문체부 감사관실은 같은 해 6월께 정확한 횡령 금액과 범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예기금이 쌈짓돈처럼 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문체부는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났지만 더 늦기 전에 투명성 확보 방안을 새로 마련했고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가나 예술단체가 공공자금을 쓴 경우 보조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사후평가를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비리가 적발될 경우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하는 등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문예기금이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규기자·조상인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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