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을 더 낮출 일은 앞으로 없을 것입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경기 흐름에 대해 “대내외적인 악재로 불안요소는 분명히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반복했던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은 이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전망치를 올려 잡는 곳도 많아질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의 예측대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높이는 작업을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9일 지난달 바클레이스·모건스탠리·노무라 등 10개 해외 투자은행(IB)이 진단한 우리 경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가 평균 2.5%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말 2.4%보다 0.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IB별로 보면 바클레이스가 전망치를 2.3%에서 2.5%로 0.2%포인트 올렸다. JP모건(2.5%), 모건스탠리(2.4%)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전월보다 상향 조정했다. 이들 IB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개선으로 한국의 수출이 호전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올해 수출 호조 덕에 제조업 생산과 설비 투자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해외 IB들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5%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의 성장률을 1.4%에서 0.2%포인트 올린 것을 비롯해 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의 성장률 전망도 0.1∼0.2%포인트씩 올려잡았다.
국내 기관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한 뒤 올해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 한국은행도 수출 회복세를 반겼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전망과 비교했을 때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건설경기 등의 지표가 나빠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회복세가 예상보다 훨씬 좋다”며 최근 경기 분위기를 전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올해 우리 경제가 2.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한은과 함께 국내 양대 전망기관으로 꼽히는 KDI도 경기가 나아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KDI의 종전 성장률 전망치는 2.4%였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수출이 증가한 만큼 수입도 같이 늘어서 성장률이 높아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수출이 늘어난 만큼 이전보다 경기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 것은 맞다”며 전망치 상향 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KDI는 이르면 18일께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실제 우리 수출은 반도체의 호황 등에 힘입어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수출액은 489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7% 늘었다. 이달 역시 주력 수출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달 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0.4%포인트 올린 바 있다.
다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관광객 급감, 북한 핵 문제, 조선업 구조조정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중국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3월 한국을 찾은 ‘유커(중국인관광객)’는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북한 핵 문제도 살아나는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다. 이 같은 리스크 요인 탓에 올해 성장률 전망이 소폭 상승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3.0~3.2%)을 밑도는 성적표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김상훈기자 구경우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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