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산은이 기존의 ‘3·23 정상화 방안’에서 일부나마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일단 전향적 조치다. 원안 수정 없이 100% 수용하라는 종전 입장에 비해 한결 유연한 태도다. 산업·수출입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설득에 나선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수정안은 만기연장분 상환을 책임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순서상의 우선권 부여일 뿐이다. 3·23 정상화 방안은 대우조선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으로 회생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다. 3조원에 육박하는 국민 혈세를 또다시 투입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남은 만기 연장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는 상환 장치를 두는 게 설득력을 높이는 길이다. 대우조선이 자력으로 상환하면 산은의 추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산은의 추가 고통분담과 출자비율 재조정 등은 정상화 방안의 기본 골격까지 뒤흔들 수 있어 현실적으로 무리에 가깝다.
우리는 일찍이 대우조선의 몰락을 방치하면 경쟁국인 중국만 뒤에서 웃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합의 실패는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 직행이어서 대우조선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11일 투자위원회를 열기로 한 국민연금도 당일 곧바로 가부를 결정하는 자충수를 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17~18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 때까지 파국을 막을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