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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탈출! 힐링 아지트] 남자 손톱 수호 작전, '네일아트' 받아보니





주=‘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데 왜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걸까.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쌓여가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이 일에 치이고 있다. 가끔 지인들과 갖는 술자리가 그들의 유일한 해소 방법이라는 현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직장인들에게도 ‘아지트’가 필요하다.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풀 곳이 절실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서울경제신문 기자들이 각종 아지트를 직접 찾아가봤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힐링’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월급은 스쳐 지나갈 뿐.’

돈 쓸 곳은 많은데 수입은 쥐꼬리다. 직장인들에게 월급은 잠깐 통장에 머물렀다 사라지는 나그네와 같다. 상사의 잔소리와 쏟아지는 업무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쇼핑 한 번 맘껏 못하는 슬픈 현실.

그래서일까.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작은 사치’가 유행이다. 큰 지출 대신 적은 비용으로 사치스러운 기분을 내는 소비 행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네일아트’. 손톱을 다듬는 건 기본이고 네일 관리사와 나누는 수다는 ‘덤’이다. 직장 상사 뒷담화부터 연애 상담까지 대화의 주제는 끝이 없다. 적은 비용으로 잠깐의 사치를 누리면서 스트레스 해소까지.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네일샵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지난 3월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한국국제네일페어’에서 관람객들이 네일아트 관련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커지는 시장 규모가 이를 증명한다. 대한네일미용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000개 수준이던 네일샵 숫자는 현재 1만2,000여개로 만 2년도 안 돼 2배로 급증했다. 업계 종사자만 10만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남성 고객들의 비중도 20~30%까지 늘었다. 여성 고객들이 주를 이루던 모습은 과거형이 된 지 오래다. 기자가 직접 네일샵을 찾아가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남자가 네일아트를?’

맞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구닥다리 생각이다. “요즘엔 많이들 하잖아?”라는 주변의 반응에 애써 놀라지 않은 척했다.

검색해보니 서울경제신문 근처에 네일샵은 많았다. 궁금증은 쌓아 두는 게 아닌 법. 동료 여기자에게 같이 가 달라고 졸랐다. 혼자 가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치과인 듯 치과 아닌 치과 같은 너





고심 끝에 고른 곳은 서대문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네일샵. 문을 열고 들어가자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자마자 네일 관리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요새는 남자들도 많이 오나요?”

대답 대신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겠다는 눈빛이 먼저 돌아왔다. “엄청 많죠. 매니큐어를 바르기보다는 기본 관리를 받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특히 영업직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자주 오세요. 여자친구랑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죠.”

자리에 앉아 손을 내밀었다. ‘손톱이라도 깎고 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때 ‘위잉’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과에서 쓰는 것 같은 기계였다. 화이트 보드 펜과 비슷한 크기의 본체에다 10종은 됨직한 날카로운 부속품을 돌려 끼울 수 있었다.

“아프진 않겠죠?” 치과 공포증이 있다. 원래부터 겁이 많은 건 절대 아니라고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관리사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시작은 ‘큐티클’ 제거. 손톱 가장자리를 덮고 있는 부드러운 피부를 긁어냈다. ‘네일 바디’라고 불리는 손톱 중간 부분의 각질 제거까지 관리는 계속됐다.

어색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난생처음이었지만 금세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재잘재잘’ 종달새 된 줄

네일샵을 가기 전에 여자 지인들에게 네일아트를 받는 이유를 물었다.

“예쁘니까” “자기만족을 위해” 등의 답변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꼽은 것은 “스트레스 해소”였다. 네일 관리사와 수다를 떨다 보면 스트레스가 금세 풀어진다고 했다.

기자에게는 어땠을까. 하도 말을 많이 해서 종달새가 된 줄 알았다. 네일 관리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끄는 재주가 있었다.



“생각보다 손톱이 깨끗하시네요.” 어떤 손톱을 예상했는지는 모르겠다. 의미 없는 칭찬이었겠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부터가 수다의 시작이었다.

무슨 고민을 하는지. 직장 내에서는 어떤지. 매번 남의 얘기를 들어야 하던 입장에서 내 얘기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자 말이 끊이질 않았다.

네일 관리사는 기자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능숙하게 손톱 관리를 계속했다. ‘네일파일(손톱 모양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도구)’과 손톱깎이 등도 등장했다.

손 밑에 펼쳐진 휴지는 어느새 손톱에서 제거된 각질이 쌓여 있었다. 이게 다 손톱에서 나온 거라니. 목욕탕에서 때를 밀 때의 시원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손톱만 보인단 말이야~

손톱 영양제와 강화제를 바르는 마지막 과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편안히 앉아서 수다를 떠느라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다.

반질반질해진 손톱은 꽤 마음에 들었다. 주변부를 하얗게 둘러싸던 것들이 사라지자 더없이 깔끔해 보였다.



남자가 손톱 관리를 왜 받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던 기자의 좁은 시야를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기분 전환을 위해 네일샵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회사로 복귀하는 동안 시선은 자꾸만 손톱으로 향했다. 다섯 손가락을 쫙 펴서 보거나, 손을 오므리고 손톱을 한데 모아 확인하기도 했다.

크게 티는 나지 않았다. 매니큐어를 바른 게 아니었던 탓이다. 주변 사람들도 네일샵을 다녀온 사실을 한눈에 알아보지는 못했다. 손을 내밀며 자랑하고 나서야 뭔가 깔끔해졌다는 평가가 돌아왔다.

2만원 정도의 금액을 썼지만, 남들은 쉽게 알아채지도 못하는 손톱관리. 후회는 없었다. 자기만족이 확실해서였다. 기사를 쓰는 지금도 깨끗한 손톱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흐뭇한 미소와 함께. /정순구·정가람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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