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고위임원 4명의 2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의 피의자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서 황 전 전무는 “정유라 때문에 이 프로젝트(승마지원)를 시작한 것은 맞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최씨에게 끌려가면서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도와주라고 해서 체결된 계약이라 잘못 보이면 도와주고도 욕먹고 회사에도 안 좋다”고 진술했다. “순수한 승마 유망주 육성 차원이었다”는 삼성 변호인단의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다.
이어 공개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진술조서에서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각계각층에 도움을 요청한 정황이 드러났다. 장 전 사장은 합병안 의결 주주총회를 앞둔 지난 2015년 7월 초 김성민 국민연금 전문위원장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A그룹 계열사 사장에게도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주면 감사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특검은 밝혔다. A그룹 관계자는 “회사나 사장 개인 차원에서도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은 두 번째 공판에서도 이 부회장이 정씨의 존재나 최씨의 영향력을 미리 파악했다는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독대에서 정씨를 언급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최씨 모녀를 미리 알았다면 적극적 뇌물 공여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몰랐다면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로 정씨를 지원했다는 주장에 신뢰도가 커진다.
/이종혁·신다은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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