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10분 가량 달리면 고급 주택가를 지나 나오는 상해모비스. 상해시 송강구 과학기술단지 초입에 있는 상해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 차량의 안전을 책임지는 ‘에어백’ 생산 기지다. 2만5,000평의 대지에 1만2,000평의 건물 면적 규모의 상해모비스는 겉으로 봤을 때는 공장보다는 큰 사무건물에 가깝다. 단순한 에어백 생산 법인이 아니라 중국 현지 환경 및 규제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소와 부품의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센터, 중국 내 핵심 부품의 품질을 책임지는 품질센터가 함께 오피스 팩토리 형태의 건물에 입주 해 있다. 현대모비스의 중국 사업의 축소판인 셈이다.
2층 에어백 생산 라인에 들어서자 70여 명의 중국 현지 근로자들이 각기 다른 총 12개 라인에서 에어백을 접어 소켓에 넣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운전자와 승객용 전면 에어백부터 측면 에어백까지, 차종별로 형태나 모양, 기능이 다양하다보니 자동화가 아닌 수작업이 주를 이뤘다. 김서홍 현대모비스 상해법인장은 “에어백 생산 라인에서는 연간 120만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생산된 에어백은 북경을 비롯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 공장으로 배송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경제 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판매 실적이 반토막 난 상황. 상해모비스 역시 이 같은 여파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김 법인장은 “주·야간 10시간씩 돌리던 생산 라인을 4월부터는 주간 8시간만으로 운영하고, 생산 인력 역시 10~20% 가량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생산된 에어백의 90% 이상이 현대·기아차로 납품되는 사업 구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우선, 에어백은 안전에 직결되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키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마승호 상해모비스 과장은 “단순히 법규를 만족하는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중국 현지 업체들과 비교하면 모비스의 에어백 성능은 탁월하다”며 “결국은 제품 경쟁력이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품질센터를 중심으로 비용을 줄이면서도 고성능의 에어백을 개발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생산된 제품에 대한 실시간 실험을 통해 검증된다. 1층으로 내려가니 한쪽 측면에 전면 유리로 공간을 분리한 실험실 같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에어백의 전개 과정을 실제로 시험하는 공간이다. 직원이 버튼을 누르자 눈깜짝 할 사이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에어백이 전개됐고 전면부와 측면에 설치된 초고속 카메라가 0.001초 단위로 촬영한 전개 과정을 슬로우 모션처럼 보여줬다. 각 제품별로 생산량이 500개에 다다르면 하나씩 전개 시험을 한다. 상해모비스의 실험동에서는 에어백의 품질만 검증하는 게 아니다. 대쉬보드를 비롯해 중국에 진출한 협력업체들의 모든 생산제품에 대한 시험이 이 곳에서 이뤄진다. 여기에는 “자동차가 인생의 동반자가 되자”는 이념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고객사 다변화도 빼 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 상해모비스는 현재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의 에어백 공급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09년 남경자동차의 MG3 모델에 에어백을 공급한 이후 8년 만이다. 한편에서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고객에게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현지 소학교 학생들에게 과학 교육을 하는 주니어 공학교실과 안전 캠페인인 ‘투명우산 나눔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 186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더 늘려 간다는 계획이다.
김 법인장은 “며칠 전 송강구 산하 구정진의 지우팅쩐 진장이 방문해서 경영 애로 사항이 없는지 먼저 물어볼 정도로 상해모비스는 현지 당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제품 본연의 품질을 강화하고, 고객을 다변화 하는 노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하이=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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