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고무적인 것은 단순히 이익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글로벌 우량기업에 비견될 만큼 속살이 훨씬 알차졌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메모리반도체에서 5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반도체 생산단가를 낮추는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덕택이다. 오죽하면 중국 CCTV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한국의 메모리반도체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한탄했겠는가. LG전자는 인버터 냉장고나 대형 올레드TV를 앞세워 선진국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포스코는 자동차용 고급 강판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모두가 독보적인 기술력과 프리미엄 제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경쟁자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린 값진 성과다.
기업들은 이런 호실적에 힘입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이천에 신공장을 짓고 있다. 차제에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승자독식의 구도를 아예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 산업계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고 독창적인 선행 기술로 경쟁사를 압도해 추격을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이 바로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다. 그래야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을 극복하고 갈수록 높아지는 보호무역 파고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기업의 발목만 잡지 않는다면 독보적 기술이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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