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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통영 조선협력업체, 신사업 진출로 위기 돌파 안간힘

조선업 불황에 수주량·매출액 급감

은행권으로부터 외면받아 이중고

태양광 사업 진출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온 힘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선박용 부품 절단업체 청암산업의 적치장이 수주 물량 감소로 텅텅 비어있다. 조선업황 불황으로 청암산업의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3월 수주량은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한동훈기자




지난 27일 찾은 경남 거제시 하청면에 위치한 조선 기자재 업체 칸정공 공장. 생산 현장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해양 플랜트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구조물을 점검하고 있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조선업 불황으로 수주량이 감소하고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까지 겹치면서 현장 분위기는 가라앉은 모습이 역력했다.

박기태 칸정공 대표는 “거제 지역 경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며 “대다수 조선업체 협력사들은 시황이 좋을 때 과잉 투자해 금융 비융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우리처럼 철이 아닌 알루미늄 구조물 제조 같은 차별화 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만 간신히 영업을 하고 있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거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떨어져 있는 통영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조선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위용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통영시 도산면에 위치한 선박용 부품 절단업체 청암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수주 감소로 전년보다 17% 가까이 감소했다. 수주 물량도 지난해 10월 2,000톤에서 올해 3월 570톤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납품할 제품들로 꽉 차있던 공장 옆 적치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작업 정밀도를 높이려 조선 호황의 끝자락인 지난 2013년 10억여원 정도 설비투자를 했지만 2015년 경기하락세로 새 설비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통영에 위치한 조선업체 협력사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은행에서 푸대접을 받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조선업종이란 이유만으로 대출이나 이자율 할인, 대출금 상환 유예 혜택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정연면 함양산업 대표는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받쳐줘야 하는데 은행권은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박기대 대표도 “나름 열심히 일해 왔는데 금융권에서는 조선협력사들을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대하고 있다”며 “부동산 담보가 있는데도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힘들지만 이들 업체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칸정공은 지난해 스마트형 태양광 가로등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낮에 태양열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면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가로등이 작동한다. 가로등 20미터 안에 접근하면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밝기 등 원격 조정도 가능하다. 초속 60미터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뉴질랜드로 20개 샘플을 판매했으며 호주에서도 주문이 들어와 수출 물량을 제조 중이다. 청암산업은 원가 절감 등을 통해 고정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달 6월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도움을 받아 수출박람회에 참석해 직접 개발한 절단장비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연면 대표는 “조선 협력업체들이 무조건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불황을 고려해 금융권에서 자금 지원을 확충해주거나 4대 보험료 납부유예나 영세율 적용 등 추가지원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제·통영=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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