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남권 최대 재건축 분양단지로 청약열기가 뜨거웠던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지난달 18일부터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이달 5일까지 약 3주 동안 130건이 넘는 분양권이 거래됐다. 분양권에 붙은 프리미엄은 5,000만~7,000만원에 달하지만 손바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84㎡가 요즘 8억5,000만원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앞으로 10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리미엄 7,000만원은 시작일 뿐”이라고 전했다.
고덕그라시움은 분양권전매제한 기간이 계약 후 6개월로 서울 강남(소유권 등기 이전 시) 등에 비해 짧은 편이다. 지난해 10월 청약 당시 2,010가구 일반분양에 서울 최다인 3만6,017가구가 몰리면서 평균 22.2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더니 분양권에도 뭉칫돈이 몰리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가급적 투자 자금을 신속히 회수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투자 수요가 분양권시장으로 몰리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752건으로 3월 468건에 비해 60%나 뛰었다.
아파트 및 오피스텔 청약시장으로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청약 경쟁률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17~18일 청약을 접수한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오피스텔 ‘광교컨벤션꿈에그린(746가구)’은 모델하우스에 늦은 밤까지 대기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한 끝에 평균 87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높은 청약 경쟁률에는 실거주 목적뿐만 아니라 분양권 전매를 통한 수익실현을 기대하는 수요도 반영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로 평가된다. 분양권 전매는 비교적 ‘쉽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태크 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마련 가능한 자금 규모가 분양가에 못 미쳐도 일단 청약에 당첨되면 중도금을 다 납부하기 전에 분양가에 웃돈(프리미엄)을 추가한 가격으로 분양권을 전매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 동탄, 광교, 김포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웃돈이 없는 ‘무(無)프리미엄’ 또는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분양권 전매를 위한 투자 역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입지가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곳의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을수록, 공급량이 적을수록 웃돈 시세가 높아진다”며 “청약 전 인근 단지의 거래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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