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선거마다 수많은 공약들이 등장해 쇼윈도 속에서 화려하게 주목받다가 대선 기간이 끝나고 나면 사라지기 일쑤. 공약은 일단 뱉어보는 ‘아무말 대잔치’가 돼 국민들도 대통령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망각의 늪에 빠진다.
가까운 과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경제 빅픽쳐 ‘747(7% 성장률·4만달러 국민소득·7대 경제강국) 공약’, 박근혜 정부의 ‘474(4% 잠재성장률·70% 고용률·4만달러 국민소득) 공약’이 있었지만 공약은 어느 순간 흐지부지해지고 공약 실천과의 기브앤테이크로 대통령이 된 이들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뻔뻔함만 남게 됐다.
유권자인 우리들. 단물만 빼먹는 체리피커는 안 되겠지만 공약 호갱되서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는 ‘청년 일자리 대통령’의 청사진을 살펴보고 우리만의 공략집을 준비해 봤어.
/정혜진·정가람기자 madein@sedaily.com
<전문>
◇1번 공약은 단연 일자리야.
꽤 파격적으로도 볼 수 있는데 공공일자리를 무려 81만개 만들기로 했어. 일자리 3개 중 1개 즉 27만개는 청년 몫으로 할당한다는 점에서 청년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거겠지
공공일자리 81만개 = 소방관, 사회복지공무원, 경찰관, 교사 등 (17만4,000개) 사회복지, 보육, 요양, 공공의료 등 (34만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추가되는 일자리 (30만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자 101만명이고 실업 통계에 잡히는 공시족 25만명이라는 걸 고려하면 공무원 되는 게 바늘구멍에서 단추 구멍 정도는 되는 건가.
무려 81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상황에서 재인씨는 1년에 4조2,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했어. 소요재원을 무작정 공공기관에 떠넘기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부분인 듯.
특히 법적 노동시간 주 52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공휴일에는 쉬고, 연차 휴가는 다 쓸 수 있도록 하면서 일자리를 나눠서 생기는 30만개. 그 시간들 다 쪼개서 만들려면 주당 1,500만 초과근무를 다 일자리로 나눠야한다는 건데 제도만 만든다고 나아질 문제일 지는 두고봐야해.
◇둘째 비정규직 공약
근데 지금까지는 사실 비정규직들에게 배부른 소리야. 청년 중에 정규직이 몇 퍼센트나 된다고... 지난해 신규 채용된 청년 비정규직 비율은 64.8%. 다섯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인 거야.
비정규직을 위한 해법으로는 ‘사용사유 제한제도’를 내놨어. 이게 뭐냐고?
사용사유 제한제도 :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이 있는 업무. 생명, 안전과 관련된 업무에는 정규직으로만 고용해야 한다.
언뜻 너무 훌륭한데 직업이라는 게 뭐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기간 계속해 종사하는 일이야. 직업 자체에 상시적이고 지속적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모든 직업군을 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 기업이 이를 다 감당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만약 이런 특성의 업무에 비정규직을 뽑으려고 해도 출산, 휴직 결원 등을 증명해야만 해. 편법 불법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도 두고볼 문제야.
◇셋째 일과 육아 양립
문재인 대통령은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를 들고 나왔어.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을 한 뒤 연달아서 아빠가 육아휴직을 쓸 경우 6개월까지 육아휴직급여를 매달 200만원 내에서 제공하는 제도야.
사실 돈을 안 줘서 아이를 못 낳나. 아직도 엄마에게 ‘독박육아’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엄마가 육아와 일 사이에서 하나만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빠가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있어도 육아에 나서지 못하는 게 사실이야. 무엇보다 제도가 선행되기 전에 기업 분위기와 고용주의 생각이 달라질 필요가 있어보여.
‘10 TO 4 더불어돌봄제도(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임금 삭감 없이 10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도 꿈만 같은 제도지. 사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던 엄마들이 난관에 부딪히는 시기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야.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거지. 하지만 이 역시 정착되게 하려면 재인씨가 어떻게 문화를 바꿔가는 노력을 해야 할 지가 중요한 지점이야
이상으로 재인씨가 꿈꾸는 세상에서 우리 청년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는 공약들을 짚어봤어. 만드는 거야 쉽지만 이제 5년간 실행해 가는 게 더 중요한 시기가 온 거지. 선거 때만 화려하게 장식된 공약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실제로 체감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그런 공약이 됐으면 좋겠어. 지금 ‘청년 일자리 대통령’으로 내세우는 것보다 5년 뒤 퇴임식에서 국민들에게 ‘청년 일자리 대통령’으로 불릴 수 있도록. ‘그래서 부디 이번 5년간은 우리 청년들의 삶이 더 나아졌으면 해. 그럼 오늘은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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