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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특별기고 새 정부에 바란다 - 노동] 진정한 고용친화 정책 펴길

류재우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세금·고용 강제 등 직접 개입

일자리 '창출' 대신 '파괴' 불러

규제혁파로 기업활동 활성화

勞 양보 이끌어 노동시장 개혁

친노조 아닌 친노동자 정부 기대

류재우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가 일자리위원회 신설 지시다. 청와대에 일자리수석이 생기고 일자리상황판도 설치된다. 고용이 대통령의 우선 관심사임을 보여준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에 이르는 등 일자리 부족 문제는 사회 안정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가까운 미래에 4차 산업혁명이 고용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일자리 문제 해결 의지에 기대를 걸고 싶은 이유다.

그러나 노동 공약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공공 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 제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경제 활성화를 통한 노동수요 증대보다 세금과 고용 강제, 임금 및 인사 결정에의 직접 개입으로 고용과 격차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131만개의 일자리 창출 목표 달성은커녕 고용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그런 우려가 공연한 것이 아님은 과거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장년층 고용을 강제한 정년연장법을 보자. 청년고용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경고에도 시행된 이 법은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속한 장년층에는 축복이었지만 장년층 임금이 청년층 임금의 3배인 현실에서 청년층에는 저주였다. 청년 실업자와 취업준비생, 구직포기자 집단의 증가 폭이 법 시행 후 몇 배 늘어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청년고용의무제 또한 비정규직과 단기 고용만 늘렸을 뿐 청년 고용 문제 해소에 기여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고용 강제는 노동시장을 질식시켜 고용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약자 보호라는 선의로 만들어진 제도들은 어떤가. 비정규직보호법의 경우 비정규직의 근속기간을 줄이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저임금제의 경우 일자리를 줄여 보호 대상인 취약계층에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 실증연구들로 입증돼 있음에도 우리의 최저임금은 근래 가파르게 올랐다. 자동화가 촉진됐고 지불능력이 낮은 많은 영세상공인은 범법자가 됐다. 경비원 일자리가 없어지고 주유소가 셀프로 바뀐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없어진 일자리는 복지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선의로 만들었다지만 명백히 실패로 드러난 정책들을 고집한다면 선의조차 의심받게 된다.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도 세금이나 준조세에 따른 것으로 일자리 창출보다는 복지정책에 가깝다. 25만명에 이른다는 공시족을 늘리고 민간 일자리만 파괴하게 될 것이다.

고용 문제는 성장률 하락, 고학력화에 따른 노동시장 미스매치, 정규직에게 보장된 연공형 임금 등이 원인이다. 기업 규모 간의 임금 격차는 생산성 격차에 따른 것도 있지만 대기업 강성노조의 독점력 행사에 따른 부분이 크다. 우리 대기업의 대졸 초임이 일본의 두 배를 넘는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해법도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활력 제고, 지역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대학 구조조정, 임금체계 개선, 정규직 과보호 해소, 파견근로 적용 확대 등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노조의 독점력 완화 등에서 찾아야 한다. 상당 부분 노조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친노(親勞)’라고 한다. 노조조직률 증대, 노조와의 정책협의체 구성 공약도 나왔다. 그러나 친노조는 친노동자와 동의어가 아니다. 우리 현실에서는 그 반대일 가능성도 있다.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설득해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일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예에서 보듯 친노동 정부가 더 잘할 수도 있다. 고용 확대를 내세우나 실제로는 일자리를 파괴할 공약들은 버리고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진정한 친일자리 정부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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