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라 좌초되는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신세계의 입장 변화에 대해 “새 정부가 출범한 상태에서 바로 계약을 체결하면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복합쇼핑몰을 규제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해온 사실을 의식한 대목일 것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마다 입장이 엇갈리는데다 정치권을 등에 업은 지역상인들이 반대하고 나서니 순조로운 투자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러니 새 정부 들어 괜한 논란을 일으킬 신규 투자는 자제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산업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가 투자 활성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65.6%가 당분간 불황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첫 번째 이유로 국내 투자환경 미비에 따른 기업투자 감소를 꼽았다고 한다.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터에 고용창출 효과가 큰 유통·서비스 투자마저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걷어차는 나라에서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민간기업이 쇼핑몰을 개발하면 정부가 앞장서 지원책을 내놓고 발전적인 지역상생 방안까지 마련한다고 한다. 단순한 영업 규제 대신 공생을 선택함으로써 윈윈하는 모델이다. 정치권은 섣불리 민간영역에 개입하기보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도록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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