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가수 장 자크 골드만의 노래 ‘일생 동안’이다. 뮤직 비디오를 보면 프랑스의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나뉘어 서로 말싸움을 벌이듯 노래를 주고 받는다. 갈수록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젊은 층과 한 때 성장을 일궜던 기성 세대간 갈등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진보 대 보수’가 아닌 세대간 대결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세대 간극도 어느 한쪽의 편협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 내밀한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층과 장년층 인터뷰와 최근 인크루트의 300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에게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34가지로 정리해봤다.
01. “SNS 때문에 갈등이 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
세대 갈등은 항상 존재했다. 옛날에는 그런 것들을 표출할 방법이 없었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싸우고 술을 먹고 자고 일어나면 이미 한 번 필터링(생각을 정리할)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또 가족이라는 공간에서만 갈등이 머물다 보니 사회 이슈로 발전할 소지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가 게임하지 말라고 혼내면 즉각 아들은 방으로 들어가 SNS를 통해 자신의 불만을 불특정 다수에게 토로한다. 당연히 더 불만이 많아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이 유독 세대 갈등이 더 큰 건 아니다. 세대 갈등의 노출이 잦아진 거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대 갈등이 세분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지속적으로 신기술이 나오다 보니 그 기술과 관련된 감성을 공유하는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 세대의 주기가 짧아지는 동시에 같은 세대 안에서도 감성이 세분화하고 있다. 요즘 세대는 자신의 부모들보다 더 많은 세대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02. “흙수저라도 꽃은 심을 수 있다”
요즘 청년들의 자조적인 모습이 안쓰럽다. ‘헬조선’와 ‘수저론’의 틀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언론들이 청년들을 흙수저라고 하는데도 제대로 항변하지 않고 순종적이기까지 하다. 아무래도 학원에서 수동적인 교육만 받다 보니 자기만의 판단이 부족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길은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열려있다. 다양한 노력과 경험을 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 아무리 ‘헬조선’이라지만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변화를 주도할 사람들이 청년들인데 말이다.
03. “실은 우리도 꿈을 제대로 펴보지 못했어”
도전하라는 조언이 청년들에게 그리 큰 부담이 될 줄 몰랐다. 실은 우리의 소망이 반영된 응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우리의 꿈도 컸다는 걸 말하고 싶다. 우리 부모님들은 배움에 대한 한이 큰 분들이 많다. 자식만큼은 배움과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당신들의 삶을 희생하셨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원하는 만큼 오를 수는 없었다. 공부한 것을 맘껏 펼쳐볼 기회가 부족했다. 결혼에다 육아에, 회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까지.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결혼 후 살림과 자식교육에만 집중해야 했다. 나의 노력을 검증할 기회도 없다 보니 세상을 향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 두려움을 딸과 또래 청년들에게 전가했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아도 뚫기 쉽지 않은 세상의 벽 앞에 그저 정체한 청년들의 모습이 답답했다. 좀만 더 나가면 될 것 같은데. 나의 자녀는 더 좋은 교육을 받아 더 큰 세상의 한 사람이 되길 바랬는데.
04. “젊은 사람들의 재미를 느낄 기회가 있기를”
50대라면 나이에 걸맞은 경험, 연륜,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겉모습만 20대를 쫓아가는 건 결국엔 지친다고 봤다. 그런 이유로 스마트폰, 이모티콘 이런 것들에 별 관심이 없었다. 굳이 안 배워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청년들에게는 삶의 중심이겠지만 나이가 들면 그게 삶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톡의 재미를 알게 되고, 유용성과 의미가 커지면서 나도 요새는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딸에게 배운 신조어를 활용하는 재미에 맛 들렸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알려주는 것 하나하나의 의미를 유추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 후론 가족들이 함께 TV를 보다가 웃긴 장면이 나오면 ‘핵잼’을 종종 외친다. ‘핵잼+꿀잼은 핵꿀잼’이란다. 젊은이들은 이런 우릴 ‘아재 개그’라 하는데 과거엔 우리도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다.
05. “우리의 억울함도 위로가 필요하다”
청년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기도 하다. 비록 높은 실업률 등으로 미래가 암담하고 하지만 우리 세대는 생각의 자유조차 없었던 시절을 지내왔다. 1950년대에 태어난 전후 세대는 삶 자체가 생존 전쟁이었다. 경제와 정치의 격변기에는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다. 눈치 보면서 자기 것을 챙기는 게 중요했다. 우리의 삶이란 국가와 사회의 것이었고, 더 좋은 미래를 위한 디딤돌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요즘 청년들과 생각과 감성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어렵게 세운 이 땅이 힘들다는 투정이 커지면 헛헛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자녀를 기르면서 누가 약하고 왜소해 보이고 싶을까. 나도 힘들다며 자식들에게 위로해달라고 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공감할 것이다. 청년들이 부모님과 그 이전 세대의 애환을 이해할 정서가 부족하진 않나 싶다.
/정수현기자 박신영인턴기자 value@sedaily.com [음원 협조=월간 윤종신·미스틱엔터테인먼트]
◇시리즈 더 보기
<1>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직업 편)
<2>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회사 편)
<3>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생활 편)
<5>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회사 편)
<6>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꼰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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