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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경제부총리 후보 김동연> 판자촌 출신의 '흙수저'…"저소득층 분노·양극화 해결이 국가 역할"

덕수상고 졸업 후 은행 다니며 행정·입법고시 합격

엘리트 관료 제치고 기재부 차관·국무조정실장 역임

"예산에 정책 모든 것 있다" 지론...확대재정 펼 듯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언제나 ‘흙수저 고졸신화’ ‘유쾌한 반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11세에 부친을 여의고 청계천 판자촌에서 어렵게 공부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한국신탁은행에 입사, 야간대인 국제대(현 서경대)에 다니며 주경야독한 끝에 행정고시(26회)와 입법고시(6회)에 동시 합격했다. 이후로 쟁쟁한 엘리트 경제관료들을 제치고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이었지만 2014년 7월 돌연 사표를 던지고 이듬해 2월 아주대 총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본인이 흙수저인 까닭에 평소 사회 양극화 해소 등을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 등의 ‘분노’를 강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이들의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지난해 7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고착화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옛날에는 계층·사회적 이동이 교육을 통해 가능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청년뿐 아니라 대중의 내재화한 분노를 해소하지 않으면 외환위기·금융위기에 버금가는 다른 형태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 성장’ ‘양극화 해소’ 등의 현 정부 국정철학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단은 주로 재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강만수 전 장관 등 때의 경제정책은 기재부 내 경제정책국 등이 짜고 예산은 돈만 넣으면 된다는 주의였는데 김 후보자는 예산과 정책의 유기적인 연결을 강조했다”며 “예산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부정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기재부 2차관에 있을 때 경제정책국·세제실과 묶여 1차관 산하에 있던 ‘정책조정국’을 본인 휘하에 둬 예산과 경제정책의 조화를 유도했다. 이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적어도 예산이 국가의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으로 정부는 ‘알찬 확대재정’ 정책을 펼 것으로 점쳐진다.

김 후보자는 주로 예산 쪽 업무에 몸담았지만 경제 전반을 보고 기획하는 ‘정책기획통’으로 꼽힌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다시 조명되고 있는 참여정부 시절 ‘비전2030’ 총괄국장이 김 후보자”라며 “예산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경로, 장기 세수전망, 복지체계 등을 복합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030년까지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비전2030은 참여정부 후반기에 기획예산처 중심으로 작성돼 ‘증세를 위한 포석이냐’ 등 비난만 받고 이렇다 할 주목을 얻지 못했다. 이를 주도한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비전203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탄생하는 등 국가 경제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는 정책도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은 어떨까.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아들의 장례식날에도 업무를 본 일이다. 2013년 국무조정실장 시절 28세이던 아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했을 때 장례식 당일에 업무에 복귀해 당시 국조실이 만든 원전비리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아들의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고 부고도 내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의 말을 잘 경청하지만 ‘그립(악력)’이 센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는 부드럽지만 한 번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심한 말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무섭게 다그쳤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조실장 당시 각 부처 국장들을 모은 회의를 전 부처에 음성 생중계했는데 그때 국장들을 호되게 다그치는 게 그대로 전파를 타고는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꼬장꼬장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시원스러운 스타일”이라며 “큰 그림을 보는 정책을 주로 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2월부터 아주대 총장에 임명됐는데 틀을 깨는 사고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2주일에 한 번씩 브라운 백 미팅(간단한 점심식사 모임)을 하거나 총장 북클럽을 만들어 매달 20명과 책 한 권을 정해서 읽고 토론을 했다. 이렇게 1년간 본 학생이 8,000명. 중간고사·기말고사 때는 학생들에게 직접 빵과 우유를 나눠주기도 했으며 학생이 스스로 강의를 설계해 제안하면 이를 만드는 ‘파란학기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밤에도 빛나는 청년의 꿈’을 내포하는 청야(淸夜·맑은 밤) 모임도 결성해 야간 고등학교나 야간 대학교를 다니는 이들에 멘토링도 하고 있다. 청야에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강동헌 코메론 대표이사, 권점주 전 신한은행 부행장 등이 포진해 있는데 한결같이 어렵게 공부해 자신의 꿈을 이룬 이들이다. 덕수상고 출신으로 동문으로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효준 BMW 한국지사장, 김인환 아프로 부회장 등이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약력△1957년 충북 음성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과장, 재정협력과장 △전략기획관,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전략실 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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