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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과연봉제 무턱대고 폐기할 사안인가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을 앞둔 공공기관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어렵사리 노사협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새 정부의 부정적 입장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부의 눈치를 보는 모양이다. 정부도 재검토 대상이라고 할 뿐 속 시원하게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서울지방법원은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임금체계의 혼선과 노사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연봉제는 무턱대고 없던 일로 넘겨버릴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즉각 폐지를 약속했지만 어디까지나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박근혜표’ 성과연봉제에 국한된다. 더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도 연공서열대로 무조건 급여가 올라가는 임금체계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일부 공공기관 노조에서 집행부가 바뀌었다는 것을 핑계로 과거 노사합의를 뒤집고 전면 폐기하자고 나선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노사합의를 뒤엎고 호봉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새 정부 정책을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호도하는 것밖에 안 된다.

지금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120곳에 이른다. 이 중 노사합의를 거친 공공기관은 72곳이고 나머지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했다. 한국전력과 동서발전·마사회 등 5곳은 지난해 말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이미 20%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어지간해서는 문 닫을 일이 없다. 수년간 적자를 내도 그만이다. 일은 대충하고 보수와 복지 수준은 높아 ‘신의 직장’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생산성을 높일 자극제가 필요하다. 성과연봉제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입 당위성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 정책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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