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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을 보는 국민들의 착잡한 심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의 심리로 열렸다.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변호인 측은 이날 재판에서 최근 검찰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을 거론하며 원고 측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공격했다. 또 혐의로 제기된 뇌물죄 적용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등 18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법과 원칙·증거에 따라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기소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592억원의 뇌물 혐의 등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전직 대통령이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것은 이유나 논리를 떠나 대한민국 공동체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이번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한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사법적 시비를 가리는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있었고 이에 따른 대통령 직무정지와 5·9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끝났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뿐 아니라 대기업 총수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법 위반 사실을 밝히는 것은 우리 사법 시스템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앞으로 양측 간의 공방이야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률을 지키는 것이 기본인 대통령이 법 위반으로 임기가 중단되고 구속 수감되는 사태는 어떤 형태로든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이고 자가당착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법정에 서는 불행한 대통령이 없어야 우리의 민주주의는 진정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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