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익사업의 경비를 물리는 부담금은 가짓수만도 90개에 달하는데다 징수 규모가 해마다 급증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각종 부담금으로 자금 부족을 경험했다는 중소기업이 71.1%에 달하고 현재 지출하는 부담금 총액에 부담을 느낀다는 업체도 31.2%에 이를 정도다. 부담금이 한번 만들어지면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15년간 조세 부담은 6.5% 증가한 데 반해 부담금은 11.4%나 급증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피해가기 위해 증세보다 쉽게 손댈 수 있는 부담금을 선호하고 있다. 여기다 사회보험료나 각종 기부금 등 준조세 성격의 부담까지 고려한다면 정부가 갖가지 명목으로 기업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이런저런 부담금을 신설한다는 입장이어서 우려스럽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기업이 비정규직 상한 비율을 초과하면 1억원의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청년을 채용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물리거나 외국인 고용에 따른 관리·체류비용을 해당 사업주에게 부담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나같이 정부의 역할을 만만한 기업에 떠넘기겠다는 안이한 발상에 다름 아니다.
과도한 부담금제도는 민간 부문의 투자나 소비 여력을 감소시키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말하기에 앞서 당장 부담금부터 수술대에 올려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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