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역에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은 추가로 올까. 미 해군의 항모 전단 운용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가늠하는 동시에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위기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동해에서 작전하고 있는 미 해군 칼빈슨호 항모 전단에 레이건 항모 전단이 합류할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합류할 경우 2개의 항모 전단이 북한을 한꺼번에 견제하고 억제하는 모양새가 된다. 웬만한 국가의 전력을 능가하는 미 해군 항모 전단이 2개 이상 동일한 해역에서 작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단 동해에서는 칼빈슨 항모 전단이 훈련을 하고 있다. 4월29일 한국군 관할 해역에 들어와 25일째 작전을 하고 있다. 같이 훈련하던 한국 해군의 구축함들은 이미 교체된 상태다. 외국군과 길어야 1주일 정도 훈련해오던 미 해군 항모 전단이 평시에 동해에서 이 정도의 긴 시간을 머문 것도 유례가 없다. 통상 해외 훈련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칼빈슨호 전단의 피로가 누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른 시일 내에 미 해군 3함대의 모항인 샌디에이고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에서 수리를 마치고 16일 출항한 레이건호 항모 전단의 합류 여부다. 레이건호는 현재 함재기들의 도착을 기다리며 이착륙 훈련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과 점검을 마친 레이건호가 동해에서 칼빈슨호에 합류하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칼빈슨호와 레이건호가 ‘사진만 찍고’ 흩어질 수도 있다.
다른 변수도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의 근간도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 북미 대화의 끈이 확인된 가운데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 사령관은 25일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제공조로 북한의 위협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까지의 ‘도발 징후가 보이면 북한을 먼저 포격하겠다’던 고압적 자세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미국이 국제공조를 강조한 것은 두 가지 배경을 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이어나가면서도 동맹국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칼빈슨호가 귀항할 시일이 다가오면서 위기설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거리다. 미 해군 항모 전단 3개가 집결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 칼빈슨이 재등장한 5월 위기설이 ‘일어나지 않은 기우’로 끝나가는 가운데 ‘6월 위기론’은 아직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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