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챔피언 커제 9단을 꺾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지난 27일 알파고의 바둑 은퇴를 공식화하며 다음 도전과제 중 하나로 ‘의료’ 분야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의료 분야 진출을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였고 국내 기업들도 AI 기술을 헬스케어에 접목하기 위한 발걸음이 바빠졌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AI 의료전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이날 SK텔레콤과 고려대의료원은 ‘AI 병원’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SK텔레콤이 AI 헬스케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에 구축할 ‘지능형 병원’은 AI와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오는 11월까지 구축할 서비스는 의료진이 말로 진단·처방을 내리면 자동으로 차트 작성이 되는 음성인식 시스템과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학습하는 딥러닝 시스템, AR·VR를 접목해 수술 상황과 의견을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 등 세 가지다.
연세의료원·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들도 일찍부터 AI를 이용한 각종 의료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연세의료원은 올 3월 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셀바스AI 등 10개 정보기술(IT) 기업과 손잡고 AI를 기반으로 한 아토피 질환 예측 시스템, 센서 기반 척추 질환 진단 시스템, 환자 수면 평가 및 예측 시스템, 성인병 및 당뇨병 발생 예측 서비스 등 다채로운 질환의 진단·예측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서울대·분당서울대병원은 AI 기반의 차세대 병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서울성모병원은 스탠퍼드대와 AI 기반의 방사선 암 치료기술을 개발 중이다. 서울대치과병원 역시 치과용 영상정보 분석을 통한 질환 예측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IBM의 인공지능 ‘왓슨’처럼 의사를 대신해 자료를 분석해 정확한 진단·처방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에만 주목했지만 최근에는 신약 개발, 건강·운동 관리, 질병 예측 서비스, 의사·환자 추천·매칭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이 발견되는 중이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15년 17억9,000만원에서 2020년 256억4,000만원으로 매년 7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리콘밸리 내 기업들과 비교할 때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희영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은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대형 IT 회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회사들이 핵심 인재 채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우수 인재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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