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과 STX조선 같은 중소 조선사의 선박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길이 다시 열리게 됐다. 수출입은행이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지역사회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RG 발급이 가능하도록 보증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꽉 막혀 있던 RG 발급 문제가 풀리면서 고사 위기에 처한 성동조선과 STX조선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한국수출입은행은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수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RG를 발급할 때 수익성 외에 일자리 유지와 창출 효과 등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지는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발급했지만 앞으로는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보통 선주는 RG 발급을 확인한 뒤 대금 지급을 시작하고 조선 업체는 이 돈으로 원자재를 구매해 조업에 착수한다. 만약 선박을 수주한 조선사가 파산하면 이 금액은 RG를 발급한 금융사가 물어줘야 한다. 최근까지 금융권이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꺼려 지난달 성동조선 노동조합이 수은 본사 앞에서 상경집회를 벌일 정도였다.
수은의 완화된 발급 기준에 따르면 수익성 외에 ‘공헌이익’ 부분을 검토한다. 공헌이익은 해당 조선사가 수주를 통해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거나 유지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다. 수은이 이 같은 내용을 국정기획위에 보고하면서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이 사실상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RG 발급이 재개되면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업장을 유지할 수 있는 선박을 수주해 건조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성동조선은 최근 그리스 선주 키클라데스와 유조선 7척을 수주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수은이 RG를 발급해주면 성동조선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STX조선도 내년 1월이면 선박 인도가 끝난다. 하지만 수은의 보증 기준 완화로 추가 일감 확보 시 RG를 발급받아 이를 매출로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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