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보면 인문계 출신에게도 여전히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게 강소기업 CEO들의 평가다. 이들은 기존 산업은 새롭게 보는 안목을, 새로 부상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찰할 수 있는 눈을 갖춘다면 문과생들에게도 얼마든지 성공적인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학벌이나 스펙이 낮더라도 신뢰할 만한 경험이 있다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격려도 했다.
◇ 멀티형 인재 = 빠른 승진
지재성 코스메카코리아 사장은 다양한 분야에 능숙한 멀티인재가 된다면 강소기업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화장품제조회사(OOM)인 코스메카코리아는 매년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K뷰티의 붐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오랫동안 인사팀 업무를 경험한 지 대표는 생산지원실장을 지낸 바 있다.
지 사장은 “대형 화장품회사에서 문과 출신 직원은 실적 향상이 지상 목표라 고객 경영, 대리점 관리 등의 노하우를 주로 쌓을 수 있는 반면 우리 회사에서는 ODM업체다보니 영업사원도 기술을 알아야 한다”며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하는 만큼 눈에 띄는 직원들은 빠른 승진을 보장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균 알스퀘어(부동산다이렉트) 대표 역시 생각이 유연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훌륭한 문과 출신은 회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무용 부동산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스퀘어는 2009년 설립됐다. 특히 최근 들어 다방면의 인재 수혈에 성공하며 급성장을 거듭한 결과 올해 매출 12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급성정하는 강소기업일수록 회사 기능이 커지다보니 가령 회계 업무를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홍보, 마케팅 등의 업무를 겸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직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은 없어도 문과 출신들이 유연성있게 두루두루 잘 소화하는 경우가 많아 진급 역시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도 철학과 나온 친구가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평소 신문과 잡지 등 독서량이 많아서인지 일을 굉장히 잘한다”고 덧붙였다.
제일기획 임원 출신의 정학동 에듀윌 대표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문과생들이 대기업 기회의 문턱이 좁다고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시장이 침체됐다고 하지만 성인 교육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에듀윌에서는 40대 전후의 임원이 이미 나타나는데 이처럼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러한 흐름을 미리 감지했는지 과거와 다르게 최근 들어 이른바 명문대 출신 신입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 정체된 산업에도 뜨는 기업은 있다
강소기업하면 흔히들 유망산업이나 기술 기반 하이테크 기업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EO들은 기존 산업, 특히 정체된 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일지라도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 의외로 기회가 많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육산업이다. 교육산업은 업무 난이도가 세지는 않지만 임금 수준이 높지 않고 내수 기반이라 기업문화 역시 전반적으로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교육 기업 CEO들은 교육산업은 오히려 평생교육 시대를 맞아 성장 가능성이 크고 항상 급성장하는 라이징 스타 기업이 있는 만큼 채용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조언한다.
최진영 종로학원하늘교육 사장(전 대성마이맥 창업자)은 대표적인 교육산업 성장론자다. 그는 “지금까지 교육기업은 10~20대에 초점을 맞췄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40~50대, 60대 전후의 교육에 대한 신규 니즈(needs)가 발생하며 중장기적으로 지금보다 3배 이상 커질 것”이라며 “교육기업은 문과 출신을 대체로 선호하는 만큼 기존 기업 중 신산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곳이라면 5년 후를 내다보고 취업의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고 청년들에게 추천했다. 당장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신산업 경험을 충분히 쌓으면 나중에 어디에서나 모셔가고 싶은 인재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최 사장의 조언이다.
아울러 교육산업은 전체적으로는 정체돼 있지만 개별 기업군으로 살펴보면 항상 급성장하는 기업이 늘 나타나는 만큼 이처럼 채용 수요가 많은 기업을 전략적으로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에스티유니타스, 시원스쿨 등이 대표적이다.
◇ IT업계에도 문과 출신 수요는 충분히 있다
정보기술(IT)·전자상거래 분야 역시 이과 출신에 대한 선호가 높을 것 같지만 의외로 문과생들에게 여전히 기회가 많다.
직원 복지로 유명한 카페24가 대표적이다. 카페24는 전자상거래플랫폼인 카페24는 ‘한국형 테슬라’로 불린다. 2007년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 매월 넷째 주 금요일을 ‘레저휴가’로 지정해 전 직원이 쉬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입사 후 만 7년이 되는 직원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개월 유급 휴가를 준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문, 이과 구분 없이 채용을 하며 개발이나 시스템 관리 등을 제외하면 특별히 전공을 따지지 않는다”며 “코딩을 배우는 문과 출신들이 늘어나는데, 무턱대고 코딩을 배우거나 소프트웨어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코딩을 배워서 자신의 직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목표부터 세우고 배우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단 갈수록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현실이지만 경력이라고 해서 대단히 체계적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꼭 회사에서 입사한 경력이 아니어도 괜찮다. 대학 때 블로그 활동을 오래했거나 각종 단체에서 홈페이지 제작 및 운영을 오랜기간 해본 것도 훌륭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스펙 걱정 대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라!
취업준비생의 고질적인 고민거리인 스펙은 어떻게 해야할까. 특히 학벌 등은 상당수 학생들에게 심리적인 제약 장치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회사 업력이 짧고 급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스펙과 학벌이 아니라 회사에 정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회사 특성상 신규 영업이 핵심인데 스펙과 영업 능력은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 영업이 결국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아르바이트를 1년 이상 했다거나 사회에서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해보고 일해본 친구들이 낯선 상황에서도 계약을 체결하는데 능숙해 회사의 든든한 자산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재성 코스메카코리아 사장은 어학 능력이 중요한 해외 영업 등 일부 직무는 객관적 지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최종 면접에서는 서류 점수는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지 사장은 “CEO입장에서는 스펙보다는 화장품 산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거나 봉사를 유달리 많이 하는 등 깊이 있는 경험을 해본 지원자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특히 회사가 워낙 급성장을 거두다보니 회사와 함께 성장을 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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