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언어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존재를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 성과는 신경과학·정신의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창준 박사팀과 이화여대 류인균-김지은 교수팀이 뇌의 비신경세포(이하 ‘별세포’) 유전자가 언어 학습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별세포(Astrocyte)는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비신경세포(Glia)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별 모양의 세포로 신경 세포의 이온농도 조절, 노폐물 제거, 식세포 작용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70% 이상이 물로 구성된 뇌 속에서 수분 순환 통로로 쓰이는 별세포가 뇌의 중요한 기능을 형성하고 있다고는 알려졌지만, 수분 순환이나 노폐물 조절 이외의 역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들 공동연구팀은 동물에서 사람, 사람에서 동물로의 비교분석 연구 방식을 새롭게 도입, 별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아쿠아포린4’라는 유전자가 인간의 언어 학습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아쿠아포린4(Aquaporin4)는 인간의 18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로, 별세포에 선택적으로 발현하면서 세포막에서 물의 이동을 담당하는 막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창준 박사(KIST 신경과학연구단장)는 “아쿠아포린4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 쥐에서는 별세포 부피조절작용이 억제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크기가 커지지 않고, 공간 기억력도 손상됐다”며 “아쿠아포린4가 뇌 크기 변화를 조절하고 뇌 기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공동1저자인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별세포의 ‘아쿠아포린4’ 유전자와 다양한 기억과 관련된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부 뇌과학원천사업 ‘외상후스트레스 뇌인지장애 극복 연구단’과 리더연구자사업의 ‘신경교세포 창의연구단’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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