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시티’가 지난 4월 20일 1차 개장을 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들어선 첫 번째 카지노 복합리조트다. 2014년 11월 착공 후 1조3,000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매머드 리조트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호텔과 리조트, 컨벤션 등이 들어서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아 한국 관광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포부를 갖고 조성됐지만 아직은 대내외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개장 초기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고객의 절반 이상은 중국인들이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리적인 강점을 앞세워 초기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주요 국가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건 파라다이스시티로선 경계할 부분이다.
경쟁 상대는 달리기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묶고 있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다. 포춘코리아가 화려하게 문을 연 파라다이스시티의 이곳 저곳을 꼼꼼히 둘러보고, 국내 카지노 산업이 처한 현실도 분석해봤다.
지난 5월 중순,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방문했다. 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IBC)에 들어서자 거대한 베이지색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주차를 하고 로비로 들어서자 화려한 세상이 펼쳐졌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샹들리에와 독특한 예술작품들이 가장 먼저 필자를 반겼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Y자 모양을 한 파라다이스시티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를 갖추고 있다. 중앙 로비를 중심으로 120m 길이의 윙(Wing·연결 건물) 세 개가 붙어 있다. 중앙 로비에서 연결되는 윙 세 곳의 입구는 각각 붉은색과 보라색, 노란색으로 구분되어 카지노, 컨벤션, 호텔, 위락시설 등으로 연결돼 있다.
1층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 카지노’와 국내 특급 호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그랜드볼룸을 보유한 컨벤션, 미슐랭 2스타로 선정된 ‘임페리얼 트레져’를 포함해 레스토랑 여섯개와 바 등이 위치해 있었다. 3층에는 라운지, 수영장, 스파, 사우나, 피트니스, 키즈존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4~10층에는 ‘파라다이스 호텔&리조트’ 객실이 갖춰져 있다. 호텔&리조트는 5성급으로, 개인 풀장을 갖춘 풀빌라를 포함해 모두 711실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었다.
파라다이스시티 전체 부지는 축구장 46배 크기인 33만㎡(약 10만 평) 규모다. 1차 개장한 건물 바로 옆에는 또 다른 건물이 공사 중이었다. 내년 상반기에 2차로 개장할 또 다른 파라다이스시티였다. 이곳에는 쇼핑몰과 식당가, 아트갤러리로 이뤄진 플라자와 스파, 클럽, 가족형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다양한 관광레저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동북아 최대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신분증과 소지하고 계신 카메라는 맡겨주세요. 취재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1층 파라다이스 카지노 입구에서 한 직원이 기자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카지노 안에선 고객 프라이버시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취재에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가 동행했지만 예외는 없었다. 그 직원은 카지노를 즐기는 고객에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국내 최대 규모(1만5,529㎡)를 자랑한다. 탁 트인 카지노 내부에는 슬롯머신 같은 각종 게임 기계와 룰렛,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다. 중국풍을 띄는 실내 장식과 게임 기계들도 눈에 들어왔다. 한국카지노업관광 협회에 따르면, 국내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전체 방문객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라고 한다(2015년 기준). 기자와 동행한 회사 관계자는 기존 파라다이스 카지노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오전이어서인지 카지노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업장 운영 직원들은 1~3부로 나눠 근무를 한다. 1부는 오전 6부터 오후 2시까지, 2부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3부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다. 매출은 아무래도 2~3부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당초에 기대했던 매출 실적에는 아직 못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현재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하루 드롭(drop) 금액(고객이 현금이나 유가증권을 칩으로 바꾸는 금액)이 4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의 말이 맞는 듯했다. 사드 영향으로 중국인 고객이 확 줄어든 탓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그 정도 규모면 하루 드롭 금액이 적어도 80억 원은 나와야 합니다. 현재의 두 배는 돼야 한다는 거죠. 손님들도 거의 일본인들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본인의 경우, 단체관광객보단 원래 파라다이스 카지노를 다니던 VIP 고객들이 많습니다. 물론 사업차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중국인 동포 VIP들이 여전히 (파라다이스시티를) 찾고 있기는 합니다.”
카지노 내부를 둘러보니 슬롯머신이나 룰렛보단 카드 게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이 더 많아 보였다. 일본과 중국 VIP 고객 대부분은 바카라 게임을 즐긴다. 바카라가 카지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에 달한다. 카지노 단골 고객 중엔 바카라에 몇 억 원씩 베팅하는 이도 많다는 게 앞서 언급한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파라다이스 카지노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다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한 일본인 VIP 고객이 바카라를 하는데 연속으로 10게임을 이기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객 기록을 확인해 보니 그 사람은 2001년 이후 기존 파라다이스 카지노에서만 42억 원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더군요. 기록을 확인한 직원이 고객 옆에 서서 응원을 해줬다고 합니다.” 고객에 따라 게임에 베팅하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그는 “10만 원으로 하루 종일 게임을 즐기는 고객이 있는 반면, 3시간 만에 2억 원을 잃은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국적별로 게임에 임하는 태도도 다르다. 일본인 고객은 돈을 따면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만, 중국인은 따든 잃든 계속 게임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카지노에선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일종의 마일리지인 ‘콤프’를 제공한다. 콤프란 무료를 뜻하는 ‘컴플리멘터리(complimentary)’의 일본식 줄임말로 항공권·호텔·식사·마사지 등 비용을 카지노가 부담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고객 기대수익의 5~10%를 콤프로 책정한다. 그러나 이 콤프 때문에 고객과 카지노 사이에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카지노 내 운영직원들은 고객이 칩을 얼마나 갖고 있고, 얼마를 베팅해서 얼마나 따고 잃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착오가 생기곤 한다. 돈을 많이 잃은 고객이 나중에 콤프가 적다고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카드 게임 테이블과 칩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극소형 칩에 정보를 저장하고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기술) 장치를 달아 놓은 것이다. 이를 통하면 현재 고객이 칩을 얼마나 갖고 있고 얼마나 베팅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반 게임 테이블 가격이 2,000만 원 선인데 비해, RFID 기술이 들어간 테이블은 8,000만 원에 달한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말레이시아 겐팅아일랜드 카지노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내 일부 카지노 VIP룸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체 게임 테이블을 RFID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곳은 현재 파라다이스시티가 유일하다. 매끄러운 카지노 운영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리적인 강점을 앞세워 VIP 고객 유치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기는 했지만,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 인접국 주요 도시로부터 1시간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영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로 5분, 도보로 15분 거리인 파라다이스시티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파라다이스시티의 실적은 대부분 VIP 고객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화권 VIP 고객들이 파라다이스시티를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 붐이 일다
“라스베이거스가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성장했듯, 영종도도 파라다이스시티를 통해 제2의 라스베이거스로 부상할 것입니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1991년 개봉한 미국 영화 ‘벅시’는 1940년대 초 미국 남서부의 황량한 사막에 등장했던 카지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벅시 시걸은 ‘검은 돈’을 끌어들여 오두막 같은 술집이나 초라한 모텔 밖에 없던 이 곳에 카지노를 갖춘 ‘플라밍고 호텔’을 지었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시작이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화려한 겉모습에 감춰진 카지노의 어두운 면을 자극적으로 담아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카지노는 곧 도박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은 카지노 산업의 발전을 막아왔다. 그런 까닭에 중국 본토와 일본에는 아직 카지노가 없다. 대규모 카지노가 밀집한 마카오 역시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정책’ 여파로 한동안 경영난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카지노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찾는 복합리조트 개념으로 변하면서 매출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마카오 카지노 매출은 229억 9,100만 파타카(약 3조3,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가량 증가했다. 마카오 전체 카지노 매출에서 일반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31%에서 지난해 47%까지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마카오에 둥지를 튼 대형 카지노 업체들이 새로운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마카오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카지노를 엄격히 금해왔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허용한 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카지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본 아시아 국가에서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다. ‘경찰국가’라고 할 정도로 시민의 도덕성을 엄격하게 관리해온 싱가포르는 2005년 센토사섬과 마리나베이 두 곳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개발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 결과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 개장 후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이 2009년 968만 명에서 2012년 1,450만 명으로 늘어났고, 4만 여 개의 새 일자리와 매년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000억 원) 안팎의 세수가 창출되는 등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자 베트남과 필리핀이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에 뛰어들었다. 현재 베트남에선 중국 쪽 국경과 맞닿은 꽝닌성 등 3곳에서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건설되고 있다.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모방한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조성해 동남아 최대 카지노 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4억 달러가 투입된 ‘오카다 마닐라’는 지난해 12월 임시 개장했다.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도 카지노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고 호주와 사이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지역 카지노 건설 열풍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국가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2014년 싱가포르 카지노 두 곳을 둘러본 뒤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일본 경제 성장에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후, 지난해 12월 일본 의회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지노 금지법을 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지자체들도 이에 편승해 앞다퉈 카지노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은 2003년 8월 정부가 인천 송도, 영종, 청라 등 3개 지구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세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카지노복합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세워졌지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여론에 밀려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국내 카지노 업계 대표주자인 파라다이스그룹이 영종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을 위해 2012년 일본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 세가사미홀딩스와 함께 합작법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파라다이스세가사미 지분은 파라다이스 그룹이 55%, 세가사미홀딩스가 45%를 보유하고 있다)’를 설립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2014년 파라다이스시티를 착공할 수 있었다. 미국 모히건 선과 ㈜KCC의 컨소시엄인 인스파이어IR도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구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설립할 계획이지만, 인허가 문제 때문에 2020년이나 돼야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저스그룹과 중국 푸리그룹의 합작법인 LOCZ코리아(사명 변경 예정)는 이르면 올해 영종도 북쪽 미단시티에 ‘LOCZ 복합리조트’를 착공해 2020년에 개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보다 뒤늦게 카지노 복합리조트 산업에 뛰어든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한국 카지노 복합리조트 산업이 경쟁우위를 갖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피치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17곳의 매출이 지난해에만 10% 줄었다”며 “한국은 카지노 복합리조트 하나가 들어서는데 무려 15년 정도가 걸릴 정도로 카지노 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해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 카지노와의 경쟁에서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지부진한 국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산업
카지노 산업 활성화를 둘러싼 국내 상황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올해 1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산업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관한 분석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아시아 주변국의 카지노 산업 확대시사점과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대규모 매출과 고용을 창출하고, 세수와 관광수익 증대를 기할 수 있는 중요한 관광산업”이라며 “인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의 카지노 또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추진이 국내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와 상반되는 일이 일어났다. 국회에서 카지노업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는 전문 감독기구인 ‘카지노감독위원회’를 설립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에 대해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와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각종 규제로 숨통이 막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카지노 감독기관을 설치하는 건 카지노 산업 발전을 틀어 막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카지노감독위원회를 설치하려는 법안은 무책임하고 잘못된 발상입니다. 국무총리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등 기존 관리·감독 기관의 규제도 숨이 넘어가는 형국인데, 추가 설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불법 사행산업은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서 합법 사행 산업만 규제하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합법 사행산업을 규제하면 할수록 불법 사행산업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불법 사행산업을 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감위가 2016년 발표한 ‘제3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사행산업 규모는 2008년 53조7,028억 원에서 2016년 83조7,822억 원으로 3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국가가 제대로 징수하지 못한 세금이 23조 4,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감위의 감독과 규제가 합법 사행산업만 옥죄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불법 사행산업은 온라인 도박이 29조3,490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사설 스포츠 도박(25조5,615억 원), 불법 사행성 게임장(15조5,520억 원), 사설 경마(11조4,750억 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지노 설치와 활성화를 환영하는 곳에서 싸움이 붙기도 했다. 일종의 지역 이기주의 때문이다. 전라북도 군산을 지역구로 하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새만금사업 지역에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설치를 허용하자는 63조 11항이었다. 현재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랜드 뿐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강원도가 반발하고 나섰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새만금에 제2의 내국인 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카지노 산업 판을 키워야 마카오처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모든 대통령 후보들도 카지노 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에서 카지노는 일종의 금기어인 셈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동남아 지역 카지노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데도, 국내 카지노 시장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면서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억제하고 있다”면서 “합법 사행산업에 대해선 건전 발전 방안을 강구하고, 불법 사행산업에 대해선 강력히 규제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초기에 연 15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향후 50년간 고용 창출 78만 명, 생산유발 효과 8조 2,000억 원, 부가가치 3조 2,500억 원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기념식에서 “파라다이스그룹은 동북아시아의 관광 랜드마크가 될 파라다이스시티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에 앞장서고, 침체된 관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지노 불모지였던 아시아 지역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도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으로 경쟁에 가세했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파라다이스시티가 아시아 카지노 복합리조트 경쟁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악마의 게임 ‘바카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은 사람이 있으면 바카라를 알려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 맛을 보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바카라는 ‘카지노 게임의 왕’이라 불린다. 빨리 승부를 볼 수 있고, 고액 배팅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카라는 게임 룰이 간단하다. 게임 참가자는 뱅커(Banker)와 플레이어(Player)의 어느 한쪽을 택해 카드를 두 세 장씩 나눠 받는다. 카드의 숫자를 더해 끝자리 숫자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긴다. 돈을 거는 곳은 뱅커와 플레이어 단 두 군데이기 때문에 승률은 50%다. 금세 큰 돈을 딸 수 있을 것처럼 보여 판이 진행될수록 더 큰 돈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카라를 오래 하면 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성을 잃어 대부분 돈을 잃게 된다”고 충고한다. 바카라에 ‘악마의 게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해외 원정도박으로 처벌 받은 국내 연예인과 운동선수, 기업인 등도 모두 바카라를 했다. 여기서 잠깐, 해외 카지노에서 카드놀이를 즐기는 게 왜 죄가 될까? 우리나라는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에 따라 도박을 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사람들은 가중 처벌을 받는다. 다만, 일시 오락인 경우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형법 제3조는 형법 제246조에 대해 “본 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해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도박죄를 묻지 않는 국가에서 상습도박을 한 경우에도 국내 형법이 적용된다. 단, 제246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는 ‘일시오락’인지 여부는 장소와 시간, 직업, 판돈의 규모,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 한국 카지노 산업의 현황
국내 최초의 카지노는 1967년 인천 올림푸스호텔(현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다. 이후 1968년 워커힐 카지노가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1970년대 들어 카지노 산업은 주요 관광지로 확산 되었다. 1971년 속리산 관광호텔 카지노를 포함해 4곳이 신설됐고, 1980년 설악파크호텔 카지노를 거쳐 1985~1995년 제주 지역에 6개 카지노가 생겨 전국에 13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운영되었다. 이후 정부는 2004년 9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규 허가 계획’에 따라 같은 해 12월에 서울 2곳, 부산 1곳 등 총 3곳의 카지노를 추가로 허가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주)는 2005년 9월 설립되어 2006년 개장했다. 올해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으로 국내에는 총 17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는 1995년 강원도 남부 폐광지역의 경제 회생과 국내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998년 6월 설립, 2000년 10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현재 서울, 부산, 인천 각 1곳과 제주 2곳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파라다이스시티까지 모두 6곳이 되는 셈이다. 막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를 제외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연 매출은 대략 3조 원이다. 특징적인 사실은 강원랜드 한 곳의 매출(약 1조7,000억 원)이 나머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점이다. 참고로 세계 최대 카지노 집결지인 마카오의 전체 카지노 매출은 40조 원이 넘는다.
■ 파라다이스시티의 매력 포인트 4가지
이제 굳이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마카오의 베네시안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내국인이 카지노를 이용하지는 못하지만, 가족과 함께 즐길만한 볼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1시간 내 거리에 있어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주말 나들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 번 가보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파라다이스시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네 가지 매력 포인트를 소개한다.
① 국내 최고급 호텔에서 럭셔리 진수를 맛본다
가장 먼저 럭셔리한 호텔이 눈길을 끈다. ‘파라다이스 호텔&리조트’는 국내 호텔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은 최고급 숙박시설이다. 풀빌라 2채를 포함해 총 711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객실 평균 면적이 국내 특급호텔 중에서 가장 큰 것도 특징이다. 일반형인 디럭스룸의 경우에도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넉넉한 공간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맥주와 음료, 스낵 등이 구비된 미니바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기분 좋은 휴가를 보내기에 제격이다. 파라다이스 호텔&리조트는 국내 최초로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 펜할리곤스의 ‘블렌하임 부케’ 라인을 어메니티킷으로 선보여 2030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 객실에 배치된 펜할리곤스 어메니티킷과 함께 호텔에서 누리는 스몰 럭셔리도 만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또 있다. ‘에어포트 뷰’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객실과 야외 수영장에 누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일상의 모든 것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잊지 못할 순간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파라다이스시티로 떠나보자.
② 미술관이야 리조트야? 2,700가지 예술작품
파라다이스시티만의 매력 중 하나는 시설 곳곳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시티에는 2,7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마치 거대한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대표작은 호텔 로비에 설치된 데미안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Golden Legend)’다. 파라다이스시티에 들어서면 황금빛 페가수스 형상의 위풍당당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중앙 로비 ‘와우존’으로 가면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 시선을 붙잡는다. 컨벤션으로 가는 길도 즐겁다. 하우메 플렌자의 거대 조각 시리즈를 지나 그랜드볼룸으로 가는 길목에 로버트 인디애나의 유명 조형물인 ‘LOVE’가 자리 잡고 있고, 컨벤션 메인 로비에선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파라다이스 프루스트’의 경이로움을 감상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 프루스트는 세계 최대 크기로 제작된 멘디니의 프루스트 의자다.
와우존 천장에는 6,200개의 크리스탈로 제작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어 단숨에 시선을 빼앗는다. 이 거대한 샹들리에는 20분 간격으로 크리스탈 장식들이 비 내리듯 자동으로 움직여 다이아몬드 형태를 만들어낸다. 일명 ‘보석이 춤추는 시간’인 이 쇼를 보면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다. 야외에도 볼거리는 가득하다. 파라다이스시티의 랜드마크인 분수시설에는 최정화의 ‘골든 크라운(Golden Crown)’이 설치돼 있어 황금빛 분수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체스 가든은 ‘SNS 포스팅용’ 사진을 찍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거대한 체스판에서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며 포토제닉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4,000여 개의 스테인레스로 만든 수보드 굽타의 ‘래이(Ray)’ 또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③ 파라다이스시티로 떠나는 미식 여행
여행의 즐거움에서 음식을 빼놓을 순 없다. 파라다이스시티 곳곳을 누비며 예술작품을 구경한 뒤, 시장기를 느끼면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이탈리안, 중식, 일식 등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과 최고급 뷔페, 공연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홀, 호텔의 고급 라운지, 스낵 바까지 7개의 럭셔리 레스토랑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중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임페리얼 트레져’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등에 입점해 이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임페리얼 트레져가 한국 최초로 파라다이스시티에 입점해 미식가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라스칼라’에 들어서면 거대한 화덕이 고객을 반긴다. 정통 이탈리안 스타일로 만든 풍미 깊은 피자와 파스타가 이탈리아 현지 레스토랑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라운지 파라다이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점보버거는 성인 2명이 먹어도 거뜬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한다. 점보버거를 맛보는 순간, 당신은 가성비 최고의 ‘인생 버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잊지 못할 파라다이스시티의 밤은 엔터테인먼트 홀 ‘루빅’과 샴페인바 ‘페리에주에’가 맡아줄 것이다. 칵테일 한잔과 함께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의 라이브 뮤직 공연을 감상하며 파라다이스시티에서의 멋진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다.
④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설
파라다이스시티는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파라다이스시티 3층에는 키즈존과 패밀리 라운지, 볼링장 텐핀스(10PINS),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존, 실내외 수영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키즈존에 아이를 맡기고 2~3시간 동안 패밀리 라운지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지구’를 테마로 한 키즈존은 전문 도우미들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키즈존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볼링 시설을 따로 갖추고 있는 볼링장 텐핀스도 자리 잡고 있다. 그 옆에 자리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존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VR(가상현실) 체험부터 최신식 게임까지, 게임 마니아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이 밖에도 넓고 쾌적한 시설을 자랑하는 실내외 수영장도 눈길을 끈다. 이 곳에선 탁 트인 하늘 위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야외 수영장 바닥에는 열선이 깔려 있어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야외 카바나(천막형 쉼터)와 사우나 시설도 완비되어 있어 트렌드 세터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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