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아동기에 흔히 나타나는 신경발달 질환의 일종으로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관찰과 적절한 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학교생활 부적응뿐 아니라 폭력적인 행동, 약물중독 등 2차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정유숙(사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은 “ADHD는 신경학적 원인이나 뇌 기능 저하, 유전적 소인으로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방치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부모교육 및 상담이 1차 치료인데 이 중 약물치료의 경우 중독성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로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약물치료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진다는 잘못된 기대와 오해로 진단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수치로 보면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만 6~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중 ADHD 환자 비율은 약 6.5%로 추정되는데 5만3,424명(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만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 잠정 환자 수와 비교하면 치료율이 10%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다. ADHD에 대한 인식 수준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미국의 치료율(55%)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사회적 편견으로 중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전국 병·의원을 방문한 ADHD 환자의 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치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치료 시작 이후 전문의의 판단 없이 치료를 중단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의적인 치료 중단의 이유로는 부모 또는 환자 스스로 증상이 나았다고 판단(34%)하거나 사회적인 시선으로 인한 거부(18%), 아이가 통원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14%) 등이 꼽혔다. ADHD 치료제가 마약류로 분류돼 중독 위험성 등도 환자들이 치료제 복용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약사법에 따른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을 뿐 마약과 같은 중독성은 없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 오히려 ADHD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은 경우 청소년기의 흡연·음주 등의 중독, 남용 위험이 85%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도 있다.
정 이사장은 “정신과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ADHD 환자들은 치료를 받는 것에 있어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분위기에 환자들은 ADHD의 근본적인 치료법인 약물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복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질환 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에도 대대적인 ‘ADHD 캠페인’을 펼쳤다. ‘제1회 ADHD의 날’로 지정된 지난해 4월 5일에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고 올해는 2회째를 맞아 성인 ADHD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