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케이뱅크의 대출중단 사태는 익히 예고된 일이다. 인터넷은행의 자본 증액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출범 한 달 뒤인 5월부터 켜졌다. 대출증가 속도가 워낙 가팔라서다. 4월3일 영업을 시작한 후 신용대출은 월평균 2,000억원씩 늘었다. 이는 시중은행의 월평균 가계 신용대출 순증액보다 많다. 지점이 없이 운영돼 비용을 덜 쓰는 인터넷은행 특유의 장점을 살려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고 모바일로 24시간 신청 가능해 대출 편의성도 높였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인터넷은행의 돌풍에 기존 시중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이미 대출금리를 내리고 예금금리를 올렸다. 인터넷은행이 금융산업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게 다 소비자가 누리는 금융혁신의 편익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의 사정은 딴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가서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은행산업을 케케묵은 개발시대의 규제 논리로 재단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앞서 금융당국은 산업자본의 10% 출자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뒤 은행법 개정 이후 출자한도를 50%까지 늘린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관련법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이후에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
곧 두 번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 금융혁신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경쟁 촉진과 그로 인한 편익증대 효과를 낳은 인터넷은행에 민주당이 야당 시절처럼 몽니를 부린다면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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