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발표의 차이를 떠나 FTA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입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됐다. 익히 예견됐던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보호무역의 칼끝이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무역역조 규모는 물론 자동차와 철강 등 구체적인 산업 현안에 대해 꼭 집어 언급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의 발언이 지지층인 ‘러스트벨트’를 겨냥한 내치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통상 현안에 관해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반면 경제적 실익 측면에서 묵중한 과제를 안고 귀국했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우리로서는 재협상 현실화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시나리오별 정교한 대응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전면 재협상이든 부분 조정이든 상호 호혜주의에 입각해 논리 대 논리로 대응하고 실리를 확보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트럼프가 언급한 자동차의 무역장벽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 대미무역 흑자 폭도 크게 주는 추세다. 철강 역시 중국산의 미국 우회 수출이 도마에 올랐지만 이런 물량은 2%에 불과하다. 우리가 미국에 요구할 것도 얼마든지 있다. 서비스 분야의 역조 문제를 거론할 수 있고 소송 남발이 우려되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모호한 조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빈틈없는 논리와 합리적 대안 제시, 상호 호혜주의로 당당하게 맞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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