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인천이 해양 관련 단체를 서로 유치하기 위해 갈등을 빚고 있다.
두 광역시가 충돌하고 있는 부분은 해양경찰청 본청 환원을 비롯해 해사법원 유치, 극지연구소 이전, 선박금융공사 설립 등이다.
부산은 해양 기관의 집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고 인천은 균형 발전을 위해 부산 독점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9일 부산·인천시 등에 따르면 부산과 인천은 해사법원 설치를 놓고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사법원은 선박이나 해상에서 발생하는 해사 사건을 비롯해 국제 상거래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는 전문 법원이다. 해운 선진국인 영국·미국·중국 등은 해사법원이 설치된 반면 세계 6위 해운국인 우리나라는 아직 독립된 해사법원이 없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해상 관련 사건 분쟁은 대부분 외국의 중재나 재판에 의존하고 있으며 매년 3,000억원의 소송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해양도시임에도 그동안 국가로부터 홀대를 받아 왔다”며 “국제공항이 위치해 국제 분쟁의 성격을 띠는 해사 사건 특성상 지리적·교통적으로 가장 적합하며 국내 해사 사건 600건 중 많게는 500건이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어 해사법원 소재지로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부산은 그동안 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에서 해사 분야 전문 법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양·수산업 거점도시이자 해양금융기관 집적지인 부산에 해사법원이 설립돼야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해져 중국 상하이 등 해양도시에 설립된 해사법원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과 인천은 지난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체됐다가 3년여 만에 부활하는 해양경찰청 유치를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해경 본청을 인천으로 환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부산 출신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경이 독립 행정 관청으로서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가 어디일지에 대해 해경의 입장을 들어보고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며 해경 인천 환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부산시는 극지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 해양수산부를 찾아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연구기관인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을 건의하기도 했다. 극지연구소의 본원인 KIOST가 오는 9월 부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부설기관으로 인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도 본원과 함께 부산으로 이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 문제는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극지연구소는 2009년 공공기관 지역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고 신청사도 2013년에 지어졌다”며 “현재 인천 송도에 위치한 극지연구소의 이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는 현재 해양금융종합센터·한국해양보증보험 등 선박금융 관련 지원기관이 부산에 흩어져 있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의 조속한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인천시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국립해양조사원 등 수도권에 있던 해양 관련 기관이 부산으로 떠나고 있다”며 “해양 관련 주요 기관의 유치와 보존은 인천의 경제·일자리 문제 해결의 핵심이기 때문에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조원진기자·인천=장현일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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