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남북대화 제의는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군사회담으로 끼우려 한 것은 시기나 모양새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7월27일을 기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못 박았다. 여기에 북한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우리가 쫓기듯 대화에 매달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을 선제적으로 중단한다는 얘기도 걱정스럽다. 확성기는 북측이 사활을 거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압박카드다. 따라서 확성기를 해체한다면 먼저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콕 찍어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을 구체화한 법안을 내놓았다. 북한 민주화를 촉진하겠다며 대북정보 유입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모두가 우리 정부의 대북기조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에만 열을 올릴 뿐 남측의 제안은 관심 밖이다. 설령 북한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북한의 변화가 없는 터에 우리만 조급하게 앞서나가면 글로벌 제재 흐름과 엇박자를 낼까 우려스럽다. 정부는 대북문제만큼은 하루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만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진정한 평화를 달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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