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적정성 심사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에서 최 후보자의 발언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등이 하나같이 대통령 공약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행태에 비한다면 신선하기도 하다. 최 후보자가 이 사안이 대선 공약임을 모를 턱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 공약을 정책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금융관료로서의 오랜 경륜과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리와 수수료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금융당국이 수수료의 적정성을 사전에 심사하는 것은 관치의 힘으로 수수료를 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수수료는 평균치로 수렴될 것이고 결국 경쟁원리가 배제돼 소비자 편익도 감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일률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 시장개입 차원을 넘어 담합 조장 시비까지 붙는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의 행정지침에 따라 수수료와 보험료의 인상폭을 결정한 것을 두고 담합 혐의를 적용했으며 결국 대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최 후보자의 소신 발언은 이것만 아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를 예외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이날 곧바로 국회의 청문 보고서가 채택됐다. 금융수장으로 취임한다면 큰 틀에서 국정 기조와 호흡을 맞춰야 할 것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정부 만능과 관치금융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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