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는 과도한 인상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재정지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대기업의 모범사례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정부의 요구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의 역설’을 만들어놓고 엉뚱하게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개편안만 해도 산입범위는 손대지 않아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임금 근로자만 혜택을 누리게 돼 고용조건이 취약한 근로자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기업에 10배의 과징금을 물리는 법안이나 쏟아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산업구조나 고용경직성 같은 숱한 문제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임금격차의 최대 이유가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도 나와 있다. 그만큼 문제가 복합적이고, 노동개혁 같은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정부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연일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일손이 부족해 자발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임금도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의 바람직한 모델이자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새 정부는 ‘착한 성장’을 내세워 사람 중심의 경제를 만들겠다고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인 양 몰아붙인다면 공장문을 닫고 아르바이트나 하겠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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