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군사회담 제의는 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순방기간 중인 6일 밝힌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로 17일 발표됐다. 군사회담 제의 당시 국방부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회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날까지 북은 전통문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북한의 어느 공식매체도 우리 측의 회담 제의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군사 회담뿐만 아니라 ‘10·4정상선언’ 10주년을 기념한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의 ‘의도된 묵묵부답’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지만 공통된 점은 더 큰 것을 얻어내기 위한 북한 지도부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우리로부터 군사분계선(MDL)에서 확성기 심리전 방송 중단 등의 선(先) 조치나 미국과 일본 등의 북핵 공조에 균열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 기관지인 재일본조선신보는 “남조선 당국의 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 문제를 풀어가는 각오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북한은 남측에 ‘대화’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에 무반응하는 것과 별개로 핵과 미사일 등 추가 도발을 계획하는 정황도 최근 포착됐다. CNN방송은 19일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2주 이내에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 우리 측의 ‘대화 제의’에 북이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정부는 반응 없는 대북대화 제의보다 추가 도발을 막을 현실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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