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문제의 출발점은 178조원에 이르는 대선공약 이행재원 마련에 있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 분야의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의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에 비춰보면 이번 증세 공론화는 차라리 솔직한 측면도 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재정당국의 재원조달 방안이 석연치 않다”며 “증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운을 뗀 연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세금을 더 걷기에 앞서 씀씀이 다이어트가 먼저다. 허투루 쓰이는 재정 누수를 막고 나라 살림살이의 구조조정을 선행해야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뼈를 깎아내는 심정으로 정부의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지 않고 곧바로 증세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백번이라도 공감이 간다.
증세는 국민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고 경제 효율성도 떨어뜨리므로 다양한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국가마다 법인세 인하 경쟁이 불붙은 마당에 나 홀로 증세는 기업 활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가격에 전가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죽하면 복지의 나라 프랑스조차 감세 대열에 합류했을까 싶다. 샐러리맨 절반이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마당에 부자라는 이유로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조세정의에도 합당하지 않다. 형평성을 잃은 조세는 저항에 부닥친다. 공무원 숫자부터 늘리겠다는 정부가 국민 호주머니를 더 털겠다는 발상부터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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