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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비엔날레는 지역행사인가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다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청주공예비엔날레.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표방하는 대전비엔날레도 있고 제주비엔날레는 ‘투어리즘’을 주제로 올해 첫선을 보인다. 그야말로 전국이 비엔날레로 들썩이는, 비엔날레 군웅할거의 시대다.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미술전을 뜻하는 말인데 국내에서는 외래어가 그대로 굳어 통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最古)의 비엔날레인 ‘베니스비엔날레’와 ‘상파울루비엔날레’ 등 비엔날레가 성공하면 개최지가 부각된다. 이 점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치 지역 축제를 만들듯 비엔날레에 가세했다. 지자체가 주축이 돼 지역성을 근간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지역 텃세’가 비엔날레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드러나는 경우를 가끔 목격하게 된다.

부산비엔날레의 경우 집행위원장의 전횡이 폭로돼 사퇴 요구까지 받았지만 정작 후임자가 마땅치 않아 논란의 주인공이 다시 임명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공모와 재공모를 거쳤지만 적임자가 없었던 것이다. 미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들 몇몇이 추천 인사로 거론됐지만 “부산의 지역 입김이 워낙 거세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한들 제대로 일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들 속에 지원이 저조했다.

지난 5개월간 대표이사가 공석이던 광주비엔날레는 최근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김 대표의 일성은 “광주비엔날레가 20여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항상 지역과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제시됐다”며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유명 작가의 작품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고 지역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적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지역과의 동행을 고려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간파한 결과다.



반면 강원도 지역 신생 비엔날레의 내년도 총감독을 맡은 한 인사는 “지역 작가 우대의 촌스러움”에 대해 푸념했다. 우선돼야 할 작품성, 기관 운영의 궁극적 목적, 행사의 정체성 등을 고려하지 않는 지역 안배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말이다. 지역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이니 지역 작가를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 관련 인사들이 주도해 이른바 ‘압력’을 적잖이 행사하니 문제다.

사투리의 구수함 만큼이나 예술에서의 지역성은 중요하다. 국제화라는 잣대 아래 천편일률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다양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지역 작가 육성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것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투명할 필요가 있다. 단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보는 것은 특정한 이유로 특정 예술가를 배제하는 것만큼이나 부당하다. 예술만큼은 정치에서 자유롭기를 바란다. 예술인 선정이 알력싸움, 내 사람 심기의 결과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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