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미래의 설계자’, ‘괴짜 과학자’라 불리며 거침없이 혁신과 도전에 나서고 있는 그의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러니하게도 AI(인공지능)다.
지난 12일 머스크는 의미심장한 사진 한 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결국 기계가 승리한다(In the end, the machines will win)’는 글이 적힌 한 장의 포스터다. 그러면서 “만약 여러분이 AI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썼다. 북한의 핵 도발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등장한 이 트윗은 순식간에 세계로 퍼졌다.
머스크는 왜 이런 트윗을 남겼을까. 전말은 다음과 같다. 트윗을 올리기 하루 전, 비영리 연구소 ‘오픈(Open) AI’의 인공지능이 유명 전략게임 ‘도타2’의 세계 정상급 프로게이머들을 연이어 격파했다. 인공지능이 게임을 학습한 지 불과 2주 만에 인류 세계 챔피언을 꺾은 것이다. 평소 AI 발달이 인류에 가져올 위협을 주장해 온 머스크가 이같은 트윗을 남긴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정말 이상한 점은 ‘인공지능 종말론자’인 그가 실은 AI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픈 AI’는 머스크가 지난 2015년 약 10억 달러(1조 2,000억원)를 투자해 세운 회사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의 딥러닝·로봇 인공지능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연구진을 꾸렸다. 오픈 AI는 앞으로 복잡한 작업이 가능한 인공지능 비서와 가사노동 로봇 등을 세상에 곧 내놓을 예정이다. 머스크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초 뉴럴링크(Neural Link)를 세워 인간의 뇌와 AI를 결합하는 ‘전자두뇌(neural lace)’를 개발하고 있다.
사실 머스크는 스티븐 호킹 박사,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함께 대표적 ‘인공지능 종말론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다수의 강연 장소 등에서 “AI를 연구하는 것은 악마를 소환하는 일”, “딥(deep)AI는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에 인류에 위협” 따위의 말을 강조해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5년 유명 싱크탱크 정보통신혁신재단(ITIF)이 선정한 ‘신기술 반대’(Luddite of the Year) 수상자로 뽑혔다. 최근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공개 석상에서 ‘AI 종말론’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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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오픈 AI’와 ‘뉴럴링크’를 잇따라 창업하며 AI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배경에는 AI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한다. 그는 머지 않은 미래에 AI는 결국 인류를 위협할 것이고, 인류는 이에 대비해 AI보다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오는 2024년 착수 예정인 스페이스X의 화성 이주 계획도 AI의 위협을 피해 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찾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과연 그의 주장대로 인간은 AI의 위협을 곧 받게 될까. 두려움을 넘어서고자 역설적으로 AI기술 개발에 나선 머스크의 도전을 응원하고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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