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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헌보단 공유…기부보단 투자 상생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자 책임”

제 7회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 개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대한민국의 해묵은 숙제다. 말로는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치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경제 불황과 저성장 기조는 오히려 ‘갑을’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서울경제 주최·HMG퍼블리싱, 서울경제TV SEN) 에서는 협력과 성장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주제 발표와 열띤 토의가 진행됐다. 기업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상생의 해법과 전략을 살펴보자.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 7회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행사장 내부 모습.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 7회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는 ‘사회혁신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 벤처스타트업 협력’이라는 주제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환경의 변화, 그리고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행사장은 100여 명이 넘는 참석자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종환 서울경제 대표이사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부의 독점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코 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 온 성장 전략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의 공정함을 이루려는 노력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새로운 경영 전략의 기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축사를 한 안충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벤처스타트업의 협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포용적 성장’과 ‘중소벤처 중심의 성장’을 경제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강조해왔다”며 “소득격차 해소와 포용적 성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 상생과 협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회사를 하고 있는 이종환 서울경제 대표이사 부회장.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정은성 비콥(B-Corp) 한국위원회 위원장 겸 에버영코리아 대표이사는 ‘기업과 사회의 상생 발전: 전세계 동향 및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라는 주제로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응하는 글로벌 전략을 자세히 소개했다. 우선 정 위원장은 우리에겐 다소 낯선 단어인 ‘비콥’을 언급했다. 비콥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기업 형태다. 수익과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미래 기업의 표준으로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소셜벤처(Social Venture)’, ‘사회적 기업’과 유사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비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비콥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큰 폭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상대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소위 비콥이 추구하는 ‘사회적 성과와 기업 이익은 비례한다’는 명제가 사실임이 현실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정은성 위원장은 사회적 기업, 나아가 중소벤처의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대기업 중심의 ‘임팩트 투자(수익 창출과 동시에 사회나 환경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방식)’ 활성화를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일반적인 ‘공헌’을 넘어 ‘투자’ 형태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기업 차원의 임팩트 투자가 지속돼야 상생과 협력,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의 말처럼 상생과 협력, 그리고 지속가능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날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대기업 관계자들 역시 이 같은 의견에 100% 공감하며 상생과 협력을 위한 각 사의 전략과 계획을 소개했다.


연사로 참석한 정현천 SK수팩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 전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 전무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기업 생존 전략’ 주제 발표를 통해 SK그룹의 ‘포용적 성장’ 전략을 자세히 소개했다. SK그룹은 지난 2016년, 회사의 경영철학을 담은 SK경영관리체계(SKMS)에 ‘기업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주요 계열사 정관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 목표로 반영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정 전무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크게 자체적인 비즈니스와 외부 파트너들의 협력, 두 가지 방법으로 창출된다”며 “SK는 외부 파트너십, 특히 사회적 기업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SK그룹의 전략에는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최 회장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거대 담론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로 ‘사회적 기업’을 제시해왔다. 정부, 시민사회, 일부 대기업만으론 점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자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SK그룹이 사회적 기업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차별화된 방식 때문이다. 구호, 기부, 봉사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존 단체와 달리, 사회적 기업은 철저하게 ‘기업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되, 기업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수익 창출’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정 전무는 말한다. “비영리벤처 캐피털 ‘아큐먼 펀드(Acumen Fund)’에서 말라리아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모기장을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용 가능한 비용은 3억 원이었죠. 경영진들은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는 3억 원 어치 모기장을 사서 기부하는 방식이었죠. 두 번째는 사회적 기업에 3억 원을 투자해 좀 더 튼튼한 모기장을 개발·보급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개의 안을 놓고 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첫 번째 안을 실행에 옮기면 46만 명 정도가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고, 두 번째 안을 실행하면 무려 200만 명 정도가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죠. 이는 사회적 기업의 높은 효율성을 상징하는 좋은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사회적 기업의 성과를 이익으로 환산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어워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직접 사회적기업인 ‘SK행복나래’를 운영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SK행복나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대부분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에 활용되고 있다. 정 전무는 “SK행복나래의 매출은 지난해 4,500억 원 수준으로, 올해는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행복나래, 행복도시락 등 자체 사회적 기업을 통해 생태계 조성을 적극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SK는 향후 자회사들이 갖고 있는 자산과 데이터, 인적 역량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그 결과물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물론 이 연구의 핵심 목적은 사회적 가치의 제공이다. 지난 4월 열린 ‘제 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도 “사회적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더 많은 참여와 관심을 갖게 하려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 서비스가 용이한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며 “사회적 기업의 성과와 성공 사례, 연구 개발 실적을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이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 롯데그룹은 전반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상무는 말한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그룹 차원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사회공헌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지분 투자부터 창업 보육, 독립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죠. 특히 저희는 유연한 근무형태 제공, 활발한 커뮤니티 환경 조성을 엑셀러레이터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멘토링이나 교육프로그램보단 서로 연결하고 생각을 나누는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죠.”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철저히 독립 회사로 운영된다. 워낙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윗선의 입김에 휘둘릴 법도 하지만, 핵심 계열사 못지않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김 상무는 “작은 조직임에도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그런 까닭에 다른 계열사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다양하면서도 형식에 치우치지 않은 창의적인 시도를 꾸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해볼 만한 부분은 롯데엑셀러레이터가 롯데그룹 전반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스타트업 문화가 롯데의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있다는 게 김 상무의 생각이다.

김영덕 상무는 “‘혁신’ 혹은 ‘신사업’이라는 단어가 붙은 그룹 계열사내 조직이나 부서 관계자들이 종종 엑셀러레이터 센터를 찾고있다”며 “스타트업과의 협업, 또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찾아오는 방문이 혁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에선 참석자 모두 한목소리로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중소벤처의 성장과 상생을 통한 사회 혁신을 앞당기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대기업이 투자에 나설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투자처의 재무적 상태”라며 “재무상태로 가능성을 평가하기보단 그 회사나 조직이 갖고 있는 혁신성과 에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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