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성장방정식이 달라진 만큼 지출구조도 획기적으로 전환하겠다지만 균형감각을 상실한 예산편성이 초래할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인적 투자는 늘렸지만 물적 투자는 싹둑 잘렸다.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문화관광 등의 분야가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재정이 성장동력을 뒷받침하기는커녕 경기조절력까지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복지지출에는 나라 곳간을 활짝 열었지만 혁신 성장 지원에는 쥐꼬리로 배정했다.
사정이 이러한데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설명은 장밋빛이다 못해 견강부회 같은 느낌도 든다. 법인·소득세의 명목세율 인상은 국회 통과 전망조차 불투명하다. 성장이 더딘데 자연 세수 증가분도 과도하게 낙관적이다. 백번 양보해 내년에는 설사 재정적자 폭이 준다고 해도 복지예산의 경직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지출팽창은 외길 수순이다. 당장 내년 의무지출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인건비와 복지비용 같은 의무지출은 줄일 수도 없다.
내년까지 11년 연속 적자재정 편성에 국가부채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게 다 미래 세대에 부담으로 전가됨은 물론이다. 이러다가 저성장과 재정적자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불길한 조짐은 이미 엿보인다.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고도 올해 3% 성장이 위태롭다는 게 그제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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