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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참에 복잡한 임금체계부터 단순화하자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과 관련한 법원 판결 이후 산업계의 혼란이 커지면서 이참에 복잡한 임금체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상임금 소송의 파장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이를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일 “통상임금 판결로 불필요한 노사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다수 사업장의 임금체계는 기본급과 상여금, 성과급, 연장·휴일수당, 기술·가족·교통수당 등이 포함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기본급 비중이 낮고 수당이 더 많은 기형적 구조라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대기업조차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추가로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등의 개념이 불분명하거나 상충하는 관계로 소송 남발 등 부작용 때문에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생산성과 관련 없이 해마다 기본급이 올라가도록 돼 있는 연공급 급여체계가 대부분인 점도 문제다. 이 같은 구조는 경제가 성장가도를 달리던 시대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입사 초기에는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점차 임금을 높이는 것이 자본축적을 원활하게 해 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생산성과 급여의 괴리가 커지면 고임금자에 대한 강제퇴직 압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주력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 최저임금이나 통상임금 문제로 또다시 발목이 잡히면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임금체계를 선진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임금 항목을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3~4개 정도로 단순화해 기업들의 임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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