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를 마구잡이식으로 늘린데다 ‘황금알’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믿고 업계가 자충수를 둔 탓이 크다. 여기에다 사드 보복까지 겹쳤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면세점단체는 사드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진작부터 한시적 인하를 요구해왔다. 롯데면세점은 공항 적자에 시내면세점까지 경쟁과열로 어려워져 2·4분기에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이미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국제공항 철수를 선언했다.
공항면세점은 출국장 영업만 허용하는데다 ‘큰손’의 이용이 적어 이익 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공항사업장 적자를 시내면세점의 수익으로 벌충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인천공항이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커 외국인 관광객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출혈을 감수한다고 한다. 해외 입찰에서도 공항면세점 운영 경험은 중요하다. 롯데면세점의 5년간 임대료는 자그마치 4조원 남짓으로 이 중 3~5년 차에 75%가 몰린다.
공항 측은 면세점의 딱한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근거 없이 함부로 인하해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롯데가 자발적으로 써낸 금액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업자의 무리수라고 나 몰라라 할 일은 아니다. 허가를 남발한 정부의 원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명색이 국가의 관문인데 썰렁하게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년 초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한다니 그에 맞춰 임대료 인하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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