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자료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연휴가 길어지면 소비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5월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을 때 나흘 연휴(5~8일) 동안 백화점과 면세점 등의 매출이 전년 어린이날 시즌에 비해 4~19% 증가했다. 고속도로 통행량도 8% 이상 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착시효과가 숨어 있다. 통행료 무료 등 관제 행사가 반영된데다 국민들이 늘어난 연휴 기간에 평소의 소비를 앞당겨 했기 때문이다. 전체 소비에는 별 차이가 없어 실제 소비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휴일이 장기화할수록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확연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7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출국자 수가 사흘 연휴에 평일보다 38.4%, 4일 연휴에 51.7%, 5일 연휴에는 105.9% 등 급격히 늘었다. 그러잖아도 7월 출국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여행수지적자도 18억달러로 최대치를 갈아치웠을 정도로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는 추세다.
10월 황금연휴에도 여행 수요가 국내보다 해외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연휴를 늘려봤자 내수 활성화에는 도움이 안 되고 해외 소비만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선심 쓰듯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기에 앞서 국내 여행 콘텐츠나 인프라 확충 등 해외여행을 유턴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무엇보다 내수를 확대하는 근본적 해법은 기업들의 기를 살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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