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8월 홍콩에서는 독감(인플루엔자)으로 432명이 숨졌다. 3명을 뺀 429명이 만 18세 이상 성인이다. 사망자 가운데 46%(198명)는 지난해 또는 올해에 독감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2주 뒤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기는데 면역력 유지기간이 평균 6개월(3~12개월)에 그친다. 유전자 변이가 잘 일어나고 전염성이 강한 A형(H3N2)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한데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만성질환자가 많은 것도 한몫했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고 올겨울에도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인후통·두통·근육통·피로감 등을 동반한다. 폐렴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고위험군인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은 매년 정부에서 지원하는 무료 독감 백신을 맞는 게 좋다.
당뇨병, 만성 폐·간·심혈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19~64세 연령층도 유료 접종을 받을 필요가 있다. 독감에 쉽게 감염되고 만성질환이 악화되면 입원하거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한두 차례 맞으면 되는 폐렴구균 백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은 8명 중 1명이 당뇨병을, 노인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감 유행시기는 통상 12월부터다. 백신의 항체 생성기간, 면역력 유지기간 등을 고려할 때 10~11월이 예방접종의 적기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은 생후 6~59개월(2012년 9월~ 2017년 8월 출생) 어린이 214만명과 만 65세 이상 730만명이다.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 1만9,000여 보건소와 지정의료기관(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맞을 수 있는데 대상자에 따라 접종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만성질환자는 꼭 백신 접종해야
생후 6~59개월·만 65세 이상은
보건소 등서 무료로 맞을 수 있어
처음으로 독감 백신을 맞는 생후 6개월 이상 아기는 적절한 면역 획득을 위해 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연속해서 맞아야 하므로 4일부터 무료 접종이 시작됐다. 지난해 2회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아기도 대상이다. 독감 유행기간에 생후 6개월이 되는 아기는 내년 4월까지 2회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이미 2회 예방접종을 한 적이 있으면 오는 26일부터 1회만 맞으면 된다.
노인의 경우 75세 이상은 26일부터, 65~74세는 다음달 12일부터 독감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폐렴구균 백신도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폐렴구균은 우리나라 성인의 사망원인 4위 질환으로 사망자의 98%가 50세 이상인 폐렴은 물론 수막염·축농증(부비동염)·중이염 등도 일으킨다.
폐렴구균 백신은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돼 무료로 맞을 수 있는 23가 다당질백신과 유료로 맞아야 하는 13가 단백접합백신으로 나뉜다. 국가예방접종 실시기준에 따르면 노인은 23가 백신을 한 차례만 맞으면 된다. 하지만 대한감염학회는 23가 백신을 접종한 노인이라도 1년 뒤 13가 백신을 추가로 맞을 것을 권고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 백신의 예방범위와 효과가 다르고 폐렴구균 폐렴의 위험성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둘 다 접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19~64세 성인 가운데 만성질환자는 23가 백신을, 면역저하자는 두 백신을 모두 접종해야 한다. 13가 백신을 접종한 지 8주 뒤에 23가를 맞거나 23가 백신을 접종한 지 1년 이후에 13가를 맞으면 된다.
만성 간 질환이 있거나 혈액제제를 자주 투여받는 환자라면 B형간염 백신도 맞는 게 좋다. 의료인, 보육시설 종사자, 실험실 연구원이라면 소아마비(폴리오),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장티푸스 백신 등을 맞을 필요가 있다.
예방접종 전 만성질환이나 아픈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에게 말해주고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보건소나 병·의원을 나서는 게 좋다. 접종 부위의 통증, 빨갛게 부어오름, 부종, 근육통, 발열, 메스꺼움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대부분 1~2일 안에 호전된다. 고열, 호흡곤란, 두드러기, 심한 현기증이 나타나거나 아기가 계속 보채고 잘 먹지 않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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