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9일 만에 신속히 제재를 결정하고 처음으로 원유공급까지 포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청와대는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생명줄이라는 원유 봉쇄가 막판에 채택되지 않은데다 구체적인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미흡해 제재의 실효성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북한으로서는 이 정도의 제재는 예상했고 충분히 감내할 수준일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감싸기에 자신감을 갖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추가 도발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결국 이번 조치는 대북제재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는 ‘역대 최강’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해왔지만 미국 본토를 겨냥해 공격을 감행할 북한의 핵무장을 막아내지 못했다. 북의 도발과 엉성한 제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셈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북한이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 않았다”며 협상을 시사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당장 대화국면이 열리거나 반대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국가의 안위를 지킬 수 있도록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하는 열린 자세다. 여기에는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강력하고 실질적인 압박수단을 갖추는 방안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국민은 이제라도 정부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외교·안보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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