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격 강세와 생산 마진 증가로 현금을 쌓아온 정유·화학업계가 정부·지자체와 손잡고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10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첨단화학 특화단지를 조성한다. 고부가제품군을 확대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포석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화학업계에 따르면 정부 부도 하에 에쓰오일과 롯데케미칼(011170)·한화토탈, 충청남도, 서산시가 ‘대산 첨단화학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산석유화학 단지는 기초석유화학업체가 모여있고, 수도권 접근성 등 입지 여건이 좋다. 그러나 토지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산업단지 추가 개발이 어려웠지만 이번 MOU 체결로 본격적인 특화단지 조성에 들어간다. MOU에 따라 기업과 지방정부는 특화 단지 개발에 협력하고 신사업 분야 발굴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용수와 전력 등 인프라도 보완한다.
특히 충남도와 서산시는 대형 석유화학업체뿐아니라 중소 고부가 정밀화학업체의 투자도 유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부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 추산치에 따르면 석유화학 대기업과 정밀화학 중소기업의 투자 규모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업체를 따돌리려면 앞선 기술력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대응해야 하는 만큼 이번 대산 석화단지 투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력산업 석화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업계의 실적 호조로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선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완화는 물론 첨단 소재 분야 연구개발(R&D)과 대·중소 상생협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MOU에 참석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산 특화단지 조성은 대규모 국내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고부가 화학 제품 확대, 대·중소 상생협력이 집약된 모범적인 사례로 정부도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석유화학 업계는 울산과 여수, 대산 등에서 진행 중인 투자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내 환경규제 확대와 중국·인도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입규제 강화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화학업계는 “환경규제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업계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단계적,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달라”고 했다.
충남도와 서산시 역시 인프라 개선과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환경규제 확대로 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단계적·점진적인 추진을 요청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인 허수영 롯데케미칼 BU장은 “미국과 중국의 저원가 설비 증가에 대응해 미래형 첨단 화학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며 “올해 설비·연구개발 투자와 관련 2,050명의 신규일자리를 포함, 공장 건설과 기계 장비까지 7만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진혁·박형윤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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