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무원을 늘려 급하게나마 공공 부문에서 청년취업의 물꼬를 튼 후 민간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설익은 정책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부족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문제다. 대기업 노조가 철밥통을 고수하고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각종 규제로 기업 투자마저 가로막혀 있는 현실에서 공무원 증원만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에 불과하다. 일자리 마중물은 고사하고 수만명의 청년들을 ‘공시족’으로 내모는 부작용만 키울 공산이 크다.
일자리 문제에 공무원 증원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민간으로 가야 할 인재를 공공 부문이 빼앗아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체질 변화를 서둘러야 하는 기업에는 독과 같다. 미래 세대에도 짐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복지지출에 공무원 증원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확대를 이끌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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