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가장 빨리 전력화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국내 기술로 원잠 건조를 추진하며 외국에서 원잠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빨라도 6년 이상 걸릴 시간 공백을 메우고 원잠 운용 노하우 습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산 원잠 도입에는 직접구매와 임대(lease)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지만 전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문하자마자 바로 인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얼마나 비싼가. 미국 시울프급 공격원잠의 염가판이라는 버지니아급 원잠 가격은 척당 약 27억달러(3조996억원). 영국의 최신 원잠인 아스튜트급은 13억7,000만파운드(약 2조 1,108억원), 프랑스 바라큐다급은 13억유로(약 1조7,571억원)에 이른다. 잠수함 전문가들이 희망하는 6척을 구매하려면 한국 해군의 연간 예산(6조8,000억여원)을 급여든 식대든 한 푼도 쓰지 않고 몇 년을 모아야 한다.
결국 선택지는 임대밖에 없다. 임대료가 얼마나 될지는 정하기 나름이다. 러시아와 인도 간 원잠 임대를 제외하면 사례가 없다.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아큘라급(척당 가격 15억5,000만달러 추정) 한 척을 10년간 임대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현물가의 약 43%. 일부 밀리터리 동호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에서 버지니아급을 임대하고 가격조건을 인도처럼 10년간 43%로 적용할 경우 모두 9조원이 필요하다. 이를 10년으로 나누더라도 해마다 임대료로 9,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신형 잠수함은 임대해줄 턱도 없거니와 비용도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미국·영국·프랑스 등 원잠을 운용하는 서방국가 가운데 최신형 원잠이 남아도는 나라는 없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중고 원잠도 마찬가지다. 여유가 없다. 유일하게 중고 원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LA급 공격원잠 25척이 현역에서 제외돼 보관 상태에 있다. 미국은 LA급 62척을 건조해 37척만 현역(교육용 2척 포함)으로 운용하고 있다. 현역에서 제외된 25척 가운데 21척은 핵연료를 제거했거나 제거작업 개시 직전인 상태다. 미국의 중고 원잠도 사실상 4척밖에 없는 셈이다.
문제는 원잠 수명이 남은 것으로 알려진 4척이 오래됐을 뿐 아니라 초기형(Flight Ⅰ)이어서 수직발사관(VLS)이 없다는 점. 한국 해군의 요구사항과 맞지 않는다. 다만 수직발사관이 있는 중기형(Flight Ⅱ) LA급 잠수함은 오는 2019년에야 예비함대로 돌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후기형(Flight Ⅲ ) 23척은 예비함대에 포함돼 원자로 제거작업이 진행 중인 1척을 빼고는 모두 현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령 미국산 원잠 대여가 해법으로 떠올라도 막상 빌릴 만한 잠수함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신형 버지니아급이 건조, 취역하는 대로 현역에서 해제될 LA급 중기형도 많아져 한국의 선택지 역시 다양해질 수 있다. 그래도 시간은 걸린다. 급하다고 해서 임대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쓸 만한 잠수함’이 인수되는 데는 적어도 2년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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