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은 빠르게, 용량은 크게.’ 배터리 기술 혁신이 벌어지고 있는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원천 기술이 나왔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기존 흑연 음극 소재 보다 빨리 충전되고 더 오래 쓸 수 있는 차세대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흑연에 리튬이온이 빠르게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많이 만들고, 그 위에 실리콘을 나노 두께로 얇게 코팅한 것이 핵심이다. 이번 연구의 주역인 김남형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은 “새로운 물질은 기존 흑연과 실리콘이 갖는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해 차세대 고용량 음극 소재로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으로 합성한 ‘가장자리 활성화 흑연·실리콘 복합체’는 상용화된 전극 조건에서 1.5배 빨리 충전됐고 용량도 50% 정도 늘었다. 급속충전도 현재 80% 수준에서 100%로 제한 없이 가능하다.
최근 국내에 들어온 테슬라 모델 S 90D의 경우 90kWh 배터리 장착으로 378㎞(환경부 측정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수퍼 차지를 이용한 30분 충전 시 270㎞를 주행할 수 있으며 완속은 7~8시간 걸린다. 이번 배터리 원천 기술이 상용화되면 단순 계산으로도 15분 이내에 100% 충전 가능하며 주행거리도 500㎞ 이상이 될 전망이다.
조재필 교수는 “실리콘 나노 코팅 원천기술로 머리카락의 만분의 일에 가까운 두께(20㎚ 이하)의 실리콘을 흑연 표면 위에 고르게 코팅해 고성능 흑연·실리콘 복합체를 구현했다”며 “전체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저렴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전기자동차나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에너지 밀도가 크고 출력이 높은 배터리에 쓰일 음극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적으로 적용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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